[황장엽씨 정보위 출석 안팎]"YS와 면담 황씨가 거부"

  • 입력 2000년 11월 27일 15시 48분


전 북한 노동당 비서 출신인 황장엽(黃長燁)씨는 27일 함께 망명한 김덕홍(金德弘)씨와 국회 정보위 간담회에 출석, '외부차단'논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황씨가 국회에서 열리는 공식 회의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날 오전 9시45분께 정보위원장실에 도착, 미리 와 있던 김명섭(金明燮)위원장 등 민주당 소속 정보위원들과 40여분간 환담한 뒤 정보위 회의장에 입장했다.

그는 회의장에서 사진기자들의 요청에 따라 김 위원장 등과 손을 잡고 포즈를 취했으나 기자들의 질문엔 일절 답하지 않는 등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고, 자리에 앉자마자 메모지와 함께 청력이 좋지 않은 듯 보청기를 꺼내 간담회를 준비했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에 앞서 "황씨가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말할 수 있도록 국정원 관계자는 모두 회의장 밖으로 나가달라"고 요청, 황씨 경호원 3명을 제외하고 모두 퇴장했다.

황씨는 간담회에서 '외부 차단' 파문이 자신의 진의와는 다른 것이라며 국정원의 특별관리를 거듭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섭(金明燮)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황씨가 괴로운 심정인 것같다"면서 "'외부 차단' 주장이 본 마음과는 달리 언론에 보도돼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황씨는 또 "국정원에 의해 연금을 당하거나 언론자유를 제한받은 적이 없다"면서 "앞으로 정부의 대북 정책과 북한의 민주화 문제에 대해선 정부측과 대화를 하면서 조심스럽게 얘기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황씨는 "독재체제인 북한을 민주화해야겠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며 정부의 대북정책에 크게 위배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대북 관련 활동을 계속 해나갈 뜻을 피력했다고 김 위원장이 전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황, 김씨에 대한 국정원 특별관리를 요청했고, 임동원(林東源) 국정원장은 "깊이 검토하고 생각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 원장은 또 "어제 황씨가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며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의 면담을 거부한 것은 황씨 스스로의 결정이며 국정원의 어떤 지시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황씨는 지난 3일 국회의 국정원 국감 참고인 출석요구에 대해 "망명자 신분으로 국감장에서 공개 증언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데이어 지난 23일 정보위 간담회에도 참석치 않는 등 정보위 출석을 거부해 왔었다.

이번 출석의 경우 김명섭 위원장이 지난 24일 황씨에게 전화를 걸어 "한나라당의원들과는 면담을 하면서 정보위에 나오지 않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출석을 종용, 황씨가 수용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서울 = 연합뉴스 황정욱기자]h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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