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우리 갈 길 어디인가"…노선싸고 갈피 못잡아

  • 입력 2000년 11월 22일 19시 00분


자민련이 또다시 남모를 고민에 빠졌다. 민주당은 ‘공조강화’를, 한나라당은 ‘정책공조’를 내세워 구애(求愛)를 시도하자 자민련은 반색하면서도 향후 당의 노선에 대해 지도부는 물론 의원들 각자의 속내도 제각각이어서 갈피를 못 잡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수뇌부 탄핵안 표결과정에서 드러난 당내 분란은 일단 강경파 의원들이 목소리를 낮추면서 ‘봉합’된 듯하다. 22일 이례적으로 공개한 당무회의에서 당초 “할 말을 하겠다”던 강창희(姜昌熙)부총재가 입을 열지 않았다. 이재선(李在善)정책위의장도 “의원들의 크로스보팅을 두고 반란이나 항명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하는 정도로 그쳤다.

그러나 당장 국회 정상화의 ‘고리’가 될 공적자금조성 동의안 처리문제에 대해서는 시각차가 노출됐다. 김종호(金宗鎬)총재대행은 “공적자금은 국회정상화와 관계없이 먼저 승인해주자”고 당론을 유도했지만, 한영수(韓英洙)부총재 등은 “조건 없이 등원해선 안 된다”며 반대했다.

특히 이날 한나라당 목요상(睦堯相)정책위의장이 농가부채 문제에 대한 양당간 정책조율을 제안하자 자민련 내에선 “정치색과 관련 없는 민생현안이니까”(김종호대행) “만나다보면 바람도 피우는 것 아니냐”(변웅전대변인)는 엇갈린 전망이 나왔다. 한나라당의 제안이 반갑기는 하지만 한편으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이양희(李良熙)원내총무는 “탄핵안 정국에서 한나라당은 ‘교섭단체를 만들어주겠다’고 제의했고, 민주당은 ‘교섭단체 문제와 탄핵안 동시표결’을 제안했으나 모두 거절했다”고 소개한 뒤 “지금이야말로 거국내각 등 큰 틀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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