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회정상화 합의]자민련 "뒤통수 치다니" 발끈

  • 입력 2000년 10월 5일 23시 11분


자민련 당직자들은 5일 오후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국회 정상화 합의 내용이 미리 흘러나오자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느냐”며 반신반의했다. 그러다 막상 합의문에서 국회법 개정안의 ‘운영위 환원’ 등의 문구를 눈으로 확인하고 “이렇게 뒤통수를 칠 수 있느냐”며 강력 반발했다.

이날 낮까지도 자민련은 ‘정기국회 회기내에 처리하되 합의가 안되면 표결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민주당측에 전달한 뒤 “우리 당의 의사를 무시하고 합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느긋한 표정이었다. 이양희(李良熙)원내총무는 이날 저녁 대학원 특강을 위해 대전으로 내려가는 여유를 부리다 부랴부랴 상경하기도 했다.

특히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가 이 소식을 전해듣고 격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직자들의 반응은 더욱 격해졌다. JP의 한 측근은 “아주 못된 선례를 남겼다. 앞으로 국정 난맥상을 초래할 것이다.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고 흥분하며 JP의 심기를 전했다.

오장섭(吳長燮)사무총장도 “있을 수 없는 말장난”이라며 “한번 통과된 것을 다시 돌린다면 앞으로 야당이 트집잡을 때마다 그럴 것이냐”고 역정을 냈다. 오총장은 또 ‘자민련이 묵인했다’는 민주당측의 설명에 대해 “그런 식이라면 정말 곤란하다”고 민주당에 대해 경고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변웅전(邊雄田)대변인은 곧바로 ‘절대 수용 불가’ 입장을 성명으로 발표했다. 변대변인은 ‘구태 정치의 표본’ ‘국민에 대한 우롱’ 등의 표현을 써가며 양당 합의를 비난한 뒤 “우리 당은 앞으로 결연히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자민련은 6일 오전 긴급 고위당직자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책을 논의키로 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