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政街 기름부은 한화갑씨 '兩分 발언'

  • 입력 2000년 9월 7일 18시 58분


‘한나라당이 정국파행을 장기화하면 양분(兩分)될 수 있다’는 민주당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의 발언이 가뜩이나 험악하던 여야 관계를 더 악화시켰다.

한나라당은 7일 한최고위원의 발언으로 볼 때 여권의 야당 분열공작이 임박한 게 분명하다고 간주했다. 한최고위원이 ‘리틀 DJ’라고 불릴 정도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복심(腹心)인만큼, 그의 발언은 곧 김대통령의 의중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논리였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새로운 공포 공갈 협박정치가 시작됐다”며 “한최고위원의 발언은 이미 야당분열 공작을 시작했음을 스스로 실토한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또 “한국 정치사상 이런 식의 노골적인 야당 파괴 기도는 유례가 없다. 정치깡패보다 못한 무도한 작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장광근(張光根)수석부대변인도 성명에서 “한최고위원의 ‘한나라당 분열’ 주장은 희대의 망언”이라며 “대통령의 외유를 이용해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대통령의 의중을 그대로 전달하는 교묘한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다른 당직자들도 “발언의 취지가 무엇인지 몰라도 남의 당이 분열되느니 마느니 하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발언”이라며 불쾌해 했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당직자들로부터 이에 대한 보고를 듣고 “자기들이나 분열되지 말라고 해라”고 되쏘았다. 김기배(金杞培)사무총장도 의원총회에서 “어제 여당의 최고위원 한 사람이 야당의 분열을 조장하는 추잡한 발언을 했다”면서 “이런 사이비 민주주의에 맞서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당직자들은 “한최고위원의 발언은 야당에도 온건파가 있다는 원론적 얘기로 틀린 부분이 없다”며 야당의 공세에 적극 대응했다.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은 “한최고위원의 발언은 한나라당에도 장외 강경투쟁을 주장하는 세력뿐만 아니라 국회에 들어가 원만하게 국정을 끌고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이 있다는 얘기”라며 “당연한 말을 가지고 야당이 왜 과민반응을 보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도 “야당의 명분 없는 장외투쟁을 지적한 말 아니냐”며 오히려 야당의 과민반응을 문제삼았다.

발언 당사자인 한최고위원 역시 “한나라당이 여당 발목잡기와 장외 강경투쟁을 고수함으로써 정국 파행과 의회공전을 초래하고 있다. 이는 국민에게 정치 혐오와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을 야기해 공적인 정치집단 외에 제3세력의 등장을 용인하게 될 것이라는 게 나의 발언의 진의”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한화갑의원 발언 파문 여야 해석차이▼

■ 발언(9월6일 의원총회)

한나라당이 민의를 무시하고 정국파행을 장기화하면 스스로 빌미를 줘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할 수 있으며, 이는 한나라당의 양분을 의미한다.

■ 한나라당 주장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뒤 이제 야당분열공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상생의 정치를 완전히 뒤집는 발언이다. 평소 한의원 품성으로 봐 당총재로부터 지시를 받았거나 여러 사람이 작심해서 한 말이다.

■ 한화갑의원 해명

야당이 장외 강경투쟁을 고수하면서 정치혐오를 야기, 제3세력의 등장을 용인하게 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이다. ‘양분’은 적절치 못한 표현으로 야당 내 강경파와 온건파를 얘기한 것이다. 장기파행을 겪고 있는 정국상황에 대해 원론적인 전망을 한 것으로, 야당의 등원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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