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비 의혹]野 공세강화…金대통령 '무언의 大怒'

  • 입력 2000년 8월 29일 19시 02분


한나라당은 29일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선거비용실사 개입의혹 규탄대회를 개최하면서 대회 명칭을 '김대중(金大中)정권 부정선거 축소 은폐 규탄대회'로 했다.

이회창(李會昌)총재도 집회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진실을 밝히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며 "임기 중반을 넘긴 김대통령이 나라를 제대로 이끌기 위해서는 야당의 목소리를 용감하게 듣고 잘못됐던 점을 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부영(李富榮)부총재는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까지 요구했다. 이번 파문에 대한 야당의 '공격 포인트'가 민주당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으로 옮겨 갔음을 보여주는 대목들이다. 규탄대회에서 채택한 결의문도 △김대통령이 국민앞에서 직접 사과하고 △김대통령이 사건 관련자를 사퇴시켜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규탄대회에선 이밖에 "사건의 당사자인 민주당은 즉각 해체해야 한다"(하순봉·河舜鳳 부총재) "김옥두(金玉斗)총장과 정균환(鄭均桓)총무 윤철상(尹鐵相)사무부총장은 직권남용죄 혐의가 있는 만큼 검찰이 즉각 인지수사해야 한다"(장경우·張慶宇 부정선거진상조사특위위원) 등의 초강경 발언이 잇달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나라당은 30일 여의도 당사에서 청와대까지 소속 의원 전원이 도보로 침묵시위를 하기로 했다. 원래는 이날 의원연찬회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취소하고 '장외투쟁'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김대통령이 직접 사태해결에 나서도록 촉구하기 위해서라고 당 관계자는 설명했다.

▼김대통령 '무언의 大怒'▼

김대통령은 28일 민주당 당직자들로부터 주례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시종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김대통령은 약 5분간에 걸쳐 보고를 받고 난 뒤에도 강력한 여당을 만들어야 한다 고 언급했을 뿐 선거비용 실사 개입 의혹 파문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당직자들은 더 몸둘바를 몰랐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심기가 몹시 좋지 않다"며 "당직자 보고에서 (이번 선거비용 실사 개입 의혹 파문에 대해) 대통령의 언급이 없었다는 것 자체가 이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심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당을 바라보는 대다수 청와대 관계자들의 눈길도 자탄과 원망감으로 가득 차있다. 한 인사는 "당이 (선거비용 실사문제를 사전에) 안챙겨줬다고 떼를 쓰는 의원이나, 그렇다고 되지도 않는 얘기를 한 당직자나 모두 똑같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때가 되면 이번 파문에 대해 언급을 하겠지만 지금은 일단 당에서 대처하고 있는 만큼 직접 나설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면서 "대통령은 당 말고도 신경써야 될 일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윤영찬 공종식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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