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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8월 17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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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적 견지에서는 남북의 화해 교류를 지지하지만 경제적 관점에서는 좀더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동아일보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서치 앤 리서치(R&R)’에 의뢰해 16일 오후 5시부터 17일 오후 1시까지 전국의 성인 남녀 602명을 대상으로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
그동안 정부의 햇볕정책이 이산가족 상봉 실현에 기여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많은 기여를 했다’는 적극적 긍정론이 38.5%, ‘어느 정도 기여했지만 북한이 변화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유보적 긍정론이 47.4%로 나타난 반면, ‘별로 기여하지 못했다’는 부정적 대답은 9.1%에 불과했다.
‘그동안 정부 허가 없이 방북한 사람들의 사면복권 여부’를 물은 질문에서도 찬성론이 63.6%로 반대론(32.5%)보다 두배 가까이 많았다. 비전향장기수의 북송에 대해서도 여론조사 응답자들은 54.8%가 ‘조건없이 보내야 한다’고 답하는 등 매우 전향적인 견해를 보였다. 정부의 대북정책을 그만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경제 문제에 관한 응답자들의 태도는 상당히 보수적이다.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가 그동안 북측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80.9%의 압도적 다수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화해로 가는 것은 좋지만, 이로 인해 경제적 부담이 늘어나서는 곤란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향후 대북 경제지원 확대에 대해 과반수의 응답자가 반대의사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이산가족 상봉 후 북한과의 교류는 어느 분야에서 최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61.4%가 ‘경제계’를 꼽았다는 사실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R&R 관계자는 “이번 조사결과는 남북교류에 있어서도 ‘경제적 실리’가 현실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번에 이뤄진 이산가족의 상봉 규모(남북 각 100명)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몇 만명에 달하는 상봉 신청자 수에 비해 너무 적다’는 의견이 59.5%였지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므로 적절한 수라고 생각한다’는 현실론도 40.4%로 만만치 않아 눈길을 끌었다.
이번 상봉과정에서 북측 가족들이 “김일성수령님, 김정일장군님 은혜…”라며 체제 옹호 발언을 한 것이 우리의 안보의식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도 던져 봤다. 그 결과 ‘오히려 안보의식을 강화할 것’(23.2%)이라거나 ‘안보의식과 상관없다’(51.9%)라는 등 대범하게 받아들이는 의견이 다수였다. ‘안보의식 약화가 우려된다’는 답은 21.7%였다.
이밖에 ‘이산가족 상봉이 정례화된다면 어느 때가 좋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설날 추석 등 명절’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64.4%로 가장 많았다. 바람직한 상봉 장소에 대해서는 ‘서울이나 평양 등 편리한 곳’(43%) ‘이산가족의 고향’(32.1%) 순으로 답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