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이라도 더…" 만찬장 대기했다 릴레이 상봉

  • 입력 2000년 8월 17일 18시 57분


“이제 헤어지면 언제 또 볼 수 있나. 어떻게든 만나야지.”

북측 가족을 만나지 못한 남쪽의 친지들은 상봉 마지막날인 17일 갖가지 묘안을 동원해 눈물겨운 상봉을 했다.

북측 상봉단을 만날 수 있는 인원이 5명으로 제한된데다 상봉 기회도 서울 방문 나흘 동안 네 차례에 불과해 ‘비공식 수단’을 통해 필사적으로 북측 가족을 만나고 있는 것.

가장 많이 동원되는 방법은 출입용 목걸이 비표 바꿔 달기. 이는 16, 17일 북측 상봉단이 묵었던 워커힐호텔에서 한 가족당 두 차례의 개별상봉이 이뤄질 때 활용됐다.

17일 오전 호텔 로비에서 북측 K씨의 일가족 10여명은 ‘비표 바꾸기’로 K씨를 만났다. K씨의 누이(73·여)는 “우리 형제가 8남매인데 모두 살아 있지. 오늘은 상봉 기회를 동생과 조카들에게 양보했다”고 귀띔했다.

북측 상봉단이 잠실 롯데월드 민속관과 창경궁 등을 관람하는 순간, 야외에서의 자연스러운 만남도 ‘비공식 접촉’의 한 수단이었다.

안내원들의 통제선을 뚫은 남쪽 가족들이 북측 이산가족에게 다가가 10여분간 ‘보행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5남매를 만나기 위해 남쪽을 찾은 S씨(68)도 이 방법으로 찾아온 조카 등을 접할 수 있었다.

16일 오후 삼원가든 공동만찬장에서는 여러 가족이 식당을 드나들며 ‘릴레이 상봉’을 했다. 허용된 5명 중 한 두명이 화장실에 다녀온다며 밖으로 나갔다가 대기중인 다른 가족들에게 비표를 넘겼던 것.

가장 흔하게 사용한 방법은 휴대전화를 통한 ‘사이버 상봉’. 이밖에 ‘○○○가족’이라는 팻말로 북에서 온 사람의 눈길을 끌어 이뤄지는 ‘눈길상봉’ 등도 자주 등장했다.

<박희제·송평인기자>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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