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막바지 준비 분주한 상봉장 표정

  • 입력 2000년 8월 14일 18시 57분


▼워커힐호텔 철통경비…요원 24시간 배치▼

“상봉단을 최대한 편하게 모시고 호텔을 정상 운영할 수 있게 하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치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이 3박4일간 머물고 실제 상봉이 이뤄질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호텔에 떨어진 ‘지상명령’이다. D데이를 하루 앞둔 14일 워커힐호텔은 관계기관의 준비작업으로 팽팽한 긴장감마저 느껴진다.

상봉인원만 수백명에 이르는데다 친지 취재진 투숙객까지 합하면 호텔 출입인원이 3000∼4000명에 이를 것이기 때문에 만약의 사태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것.

이번 상봉행사의 보안 경호 경비 등 업무를 맡는 주요 기관은 국가정보원과 경찰.

국정원은 수백명의 직원을 투입, 호텔 로비와 북측 방문단이 묵을 7, 8층 객실의 ‘안전’을 주로 담당한다. 이들 층의 엘리베이터 바로 앞에 안내테이블을 설치하고 정장 차림의 요원 10여명을 24시간 배치, 방문단을 안내할 계획.

엘리베이터를 통한 방문단원의 출입은 자유롭게 허용하되 복도 양쪽 끝의 비상문 출입은 요원의 허가를 받도록 한다는 방침. 음식물과 신문의 객실 반입도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 관계자는 “방문단은 카지노를 제외한 호텔 내의 어디든 다닐 수 있으며 일반인과 투숙객의 경우도 호텔 출입 및 이용을 자유롭게 하되 방문단이 묵는 층만 출입을 제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호텔 출입문과 현관, 외곽의 경비업무를 맡을 200여명의 특별팀을 구성했다. 자칫 딱딱한 분위기가 되지 않도록 교통안내를 위한 사이드카 요원을 제외하곤 대부분 사복을 착용토록 할 계획이다.

<조인직기자>cij@donga.com

▼코엑스-韓赤 의료진 5분 대기▼

50년만의 혈육상봉 현장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관계자와 대한적십자사측은 응급환자 발생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봉대상자들이 대부분 노인이고 고혈압 등 지병도 많은 터라 자칫하면 정신을 잃거나 쓰러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

영동세브란스병원 최선아 신경내과 전문의는 14일 “흥분 자체가 병인(病因)이 되지는 않지만 고혈압 등 지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라며 “특히 협심증이 있는 경우 생명과 직결될 수도 있는 만큼 위급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이에 대비해 응급의료진을 지원한다. 바깥 시선을 피하고 긴급후송도 용이하도록 화물운송차량이 드나드는 통로에 각각 의사 두명과 간호사 두명이 탑승한 구급차를 대기시키기로 했다.

가벼운 환자는 즉석에서 치료 후 다시 상봉장으로 들여보내지만 상황이 위급할 때는 인근 강남병원과 서울중앙병원 등으로 이송할 계획. 의료계 재파업에도 불구하고 해당병원 응급실은 전공의들이 정상 진료중이어서 큰 불상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상봉장소에서 안내를 맡을 20여명의 여성 진행요원들에게도 응급환자 처리는 가장 중요한 숙지사항. 2인1조로 양팔을 부축해서 신속하게 구급차가 대기중인 비상구로 안내하도록 지침이 내려져 있다.

<김준석기자>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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