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중국 루트]北-中접경서 매년 100여건

  • 입력 2000년 7월 21일 19시 07분


중국은 한중 수교 이래 줄곧 남북이산가족 상봉의 주무대였다.

198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남북이산가족이 제3국에서 상봉한 458건(통일부 공식집계) 가운데 439건이 중국에서 이뤄졌다. 특히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한 98년부터는 매년 100건 이상으로 그 수가 급증했다. 정부에 신고하지 않은 비밀상봉까지 포함시키면 그 수는 훨씬 많아진다.

생사확인이나 서신교환도 중국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89년 이래 지난해까지 생사가 확인된 1872건 가운데 3분의 2에 해당하는 1246건이 중국을 통해 이뤄졌다.

이산가족 상봉은 대개 옌지(延吉)나 투먼(圖們) 단둥(丹東) 등 북―중 접경지역에서 이뤄진다. 소설가 이문열씨도 지난해 8월 옌지에서 이복여동생을 만났다.

중국에서의 이산가족 상봉이나 생사확인은 주로 두가지 루트를 통해 이뤄진다. 북한을 오가거나 북한에서 사업을 하는 조선족 동포를 통하는 방법이 그 하나다.

옌지에 거주하는 최모씨(43·여)는 97년 6·25전쟁때 월남한 허모씨(75·인천)와 북한에 있는 부인이 만나도록 주선했다. 친척 방문 형식으로 부인을 중국으로 초청해 베이징(北京)에서 부부상봉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98년 이래 북한측이 조선족 동포들의 출입국을 비교적 엄격하게 관리하기 시작함에 따라 지금은 북한에 진출한 조선족 기업인들에게 생사확인 요청이 몰리고 있다. 나진에서 투자기업을 하는 이모씨(42)도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생사확인과 상봉을 주선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씨는 “잘 아는 북한관리에게 부탁해 이들의 생사를 확인해주고 있다”며 “그동안 2, 3건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여행이 자유롭지 않은데다 사기성이 농후한 브로커들도 있어 돈만 가로채이고 성사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또 하나의 루트는 전문조직을 통하는 방법.

이문열씨도 이 조직을 통해 여동생을 만났다. 이씨는 6·25때 월북한 부친의 생사확인을 위해 지난해 세 번이나 북한으로 사람을 보냈다. 이중 두 번은 이들 이산가족 상봉 주선 전문조직을 통한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이들 조직은 서로 정반대의 소식을 갖고 왔으며 이 때문에 이씨는 아직 부친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불과 3, 4년 전까지만 해도 이들 조직은 중국내 한국어 신문이나 방송에 이산가족을 찾아준다는 광고도 공공연히 게재했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측이 이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지금은 비교적 비밀리에 움직이고 있다.

이들 전문조직들은 서울에 사무소를 내고 신청인을 모으고 있으며 비용은 생사확인에 5000달러, 상봉에는 5만달러 정도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을 통한 이산가족 상봉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의 이산가족 상봉은 불법이다. 가수 현미씨가 가족을 만난 것 등 북한 정부가 공식허락한 이산가족 상봉 외에는 모두 불법 월경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경을 무사히 넘기 위해서는 북한 국경수비대나 사회안전부에 ‘통과료’를 내야 하며 이 때문에 비용부담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이산가족 상봉 지역별 성사 현황(1989~1999)
-중국미국일본캐나다기타
생사확인(건수)124632495401671872
비율(%)66.617.35.12.18.9100
상봉(건수)43901603458
비율(%)95.903.400.7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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