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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6월 13일 1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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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55년만에 평양 땅을 밟은 최초의 남한 국가원수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고심 끝에 선택한 ‘평양 일성’은 이처럼 간결한 두 마디였다. 13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 영접을 나온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손을 굳게 잡고 김대통령이 전한 말은 이렇게 소박했다.
당초 청와대비서실과 남북정상회담준비기획단은 전세계에 타전될 대통령의 뜻깊은 일성을 준비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왔다. 동서독의 첫 정상회담(1970년)과 닉슨미국대통령의 중국 방문(72년) 때의 전례도 참고했다. 김대통령의 첫 발언이 냉전 해체라는 역사성을 담으면서도 국내 보수층에 시빗거리를 제공해서는 안된다는 점도 감안했다.
고심 끝에 실무진이 만들어 건의한 문구는 “비행기로 1시간 걸리는 길을 오는데 55년이 걸렸습니다” “저는 지금 평양 땅에 서 있습니다” 등.
하지만 김대통령은 이런 수사가 긴 문구보다 쉽고 진솔하면서도 심금을 건드리는 표현을 더 원했다는 것.
더욱이 김대통령은 김위원장이 직접 순안공항에 영접을 나올 것이라는 보고를 접한 후 더욱 고심에 고심을 했고 결국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염원을 담은 짧은 두마디를 택했다는 후문이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