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해외교포들 "흥분…감격"

  • 입력 2000년 6월 13일 19시 17분


분단 55년만에 남북한 정상이 처음으로 만나는 역사적인 장면을 TV방송을 통해 지켜본 해외 동포들은 정치적인 입장을 떠나 “이번 회담이 민족의 화합과 통일을 이루는 전환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공항까지 나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영접하는 것을 보고 통일이 눈앞에 닥친 듯 흥분하기도 했다.

미국 CNN방송과 워싱턴포스트지 AP통신 등 주요 언론 매체들은 이홍구(李洪九)주미대사에게 잇따라 인터뷰를 요청하는 등 급류를 타기 시작한 남북 관계에 큰 관심을 표명.

○…미국 내 한국 교민단체들의 연합체인 미주한인회총연합회(회장 김길남)는 13일 정상회담의 성공과 한반도의 냉전 종식 및 평화 정착을 위해 남북 최고당국자가 상호 존재를 공식 인정하도록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

성명은 “7·4공동성명과 남북 기본합의서 채택에도 불구하고 우호 관계와 통일의 터전을 구축하지 못한 것은 남북한이 서로 실체를 부인하는 정책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라고 주장.

○…남북한의 ‘축소판’인 재일동포의 민단과 조총련 중앙본부도 이날 오전 모두 일손을 놓고 NHK방송으로 생중계된 김대통령의 평양 도착 광경을 보며 흥분.

김재숙(金宰淑)민단장은 “정상회담이 하루 연기돼 걱정했는데 결국 만나는 모습에 감격했다”면서 “이번에 조총련에 민단과의 상설 연락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하겠다”고 설명.

서충언(徐忠彦)조총련 국제통일국 부장도 “김국방위원장이 공항까지 직접 나와 연장자인 김대통령에게 예의를 표하는 것을 보고 감동받았다”면서 “민단과도 좋은 관계를 맺도록 노력하겠다”고 호응.

○…러시아고려인연합회(회장 조 바실리)도 “정상회담이 우리 민족의 분단에 남다른 아픔을 느끼고 있는 재러 한인들에게 큰 희망을 줬다”면서 “민족 전체를 위한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는 성명을 발표.

○…중국은 북한 김국방위원장이 김대통령을 순안비행장까지 마중 나오는 등 남북정상회담의 순조로운 진행에 크게 고무된 분위기.

CCTV는 김대통령의 방북을 주요 뉴스 시간마다 톱뉴스로 보도했고 홍콩 펑황(鳳凰)TV는 김대통령의 평양 도착 장면을 위성을 통해 아시아 전지역에 생중계.

○…중국 거주 상사원 등 남북한 교민들과 조선족 동포들도 역사적인 남북정상의 만남에 크게 감동한 모습.

북한의 한 상사원은 “앞으로 남북 관계가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족 동포들은 “그동안 남북이 아옹다옹해서 중국 한족들의 눈치를 보아야 할 지경이었는데 이제부터는 체면이 설 것 같다”며 “이번에 꼭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고 기대.

○…대학 후배의 망명을 돕다가 북한 공작원으로 몰려 한국에 못 돌아가고 20여년간 파리에서 살고 있는 이유진(李侑鎭·61)씨는 “남북한 모두 체제 유지를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온 주체사상과 반공산주의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

79년 당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파리부관장이었던 한영길씨가 프랑스로 정치 망명 하는 것을 돕다가 결국 망명객이 돼 버린 이씨는 “남북한 사람 모두에게 우리는 한 핏줄, 운명공동체이고 우리의 공동 이익은 통일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도쿄·워싱턴·베이징·파리·모스크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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