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TJ명의신탁-386술자리등 악재에 "곤혹"

  • 입력 2000년 5월 28일 19시 50분


“잔 매에 장사 없다는데….”

요즘 여권 인사들의 표정에 다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박태준(朴泰俊)전총리 부동산 명의신탁 파동에 이어, 경제팀의 난조(亂調), ‘386 술자리 사건’‘문용린(文龍鱗)장관 건’‘정부산하 모 연구원장의 추문’ 등이 줄줄이 터져나오면서 여론악화가 피부로 느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당직자들은 박전총리 사건이 터졌을 때만 해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한 ‘직격탄’은 아니라고 봤다. 또 ‘386 술자리 사건’때도 “아직 철이 없어서…”라며 혀를 차는 정도였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 식으로 악재들이 겹치고, 이것이 예상외의 파문으로 확산되자 당황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민의 시선이 회담보다 이들 악재로 분산되고 있는 점도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여권의 한 인사는 “대개 개인의 도덕성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정권 차원에서 큰 탈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일이 묘하게 겹치면서 꼬이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문장관의 술자리 건에 대해서는 직접 내부조사를 벌인 끝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으면서도 여론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제는 연이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처방이 없다는 것.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어 개각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투신권 구조조정을 놓고 불협화음을 빚고 있는 경제팀에 대해서도 분위기 쇄신을 위해 뭔가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해법(解法)을 두고는 양론이 있다. 정상회담에는 경제부처도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조기개각을 거론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이런 저런 이유로 쇄신시기를 놓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당정 조기 개편의 필요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또 이런 분위기 때문에 조기 개편이 없더라도 정상회담 이후 예상되는 개편 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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