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부총재경선]14명, 대의원들에 '구애'

  • 입력 2000년 5월 23일 18시 59분


한나라당의 5·31 전당대회 부총재 경선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지구당위원장과 대의원 등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구애 등쌀에 즐거운 비명을 올리고 있다. 난립한 후보들이 저마다 연고를 동원, 한 표를 부탁하는 통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처지이기 때문.

○…서울의 K의원은 부총재 후보로 나선 14명 중 △대학 동기 2명 △같은 문중 1명 △정치 입문 전 회사 동료 1명 △동향 1명 등 외면할 수 없는 지인만 10명에 달해 아예 후보들과의 접촉 자체를 피하고 있다. 그는 “표는 2장뿐인데, 누구는 도와주고 누구는 모른 척 할 수 없어 전화도 안받는다”고 고충을 토로.

특히 후보들과 교분이 깊은 다선 의원일수록 처신하기 어려운 상황. 한 중진 의원은 “후보들 중 도저히 뿌리칠 수 없는 후보 4명을 고른 후 지구당 대의원을 4갈래로 나눠 각각 밀어주라고 했다”고 귀띔.

○…계파가 분명치 않은 초선 당선자들의 경우는 후보들의 주공략 대상에 올라 연일 면담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

수도권의 한 초선 당선자는 “학연 지연 등을 내세워 후보들이 접근하면서 ‘2표 중 한 표만 주면 되지 않느냐’고 애원하는 데 뭐라고 답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하소연.

257명에 이르는 사무처 직원들 역시 ‘투표율이 높은데다 접촉이 쉽다’는 이유 때문에 후보들의 주된 선거 운동 대상.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역의원이나 대의원들도 무조건 “도와주겠다”는 빈말로 후보들의 공세를 벗어나기 일쑤.

이에 따라 후보들 진영에선 정확한 지지표를 추산하기 어려워 선거전략을 여러번 수정하고 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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