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총리 사표수리]DJP 공조복원 계기될까?

  • 입력 2000년 5월 20일 11시 52분


"이런 일이 한달쯤 뒤에만 생겼어도…."

19일 박태준(朴泰俊)국무총리의 전격 사퇴를 지켜본 자민련의 한 당직자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자민련의 국회 원내교섭단체 문제가 가닥을 잡고 민주당과의 새로운 관계정립이 이뤄진 뒤였다면 일이 쉽게 풀렸을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이다.

박총리의 사퇴로 여권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자민련명예총재 간의 'DJP 회동'을 통해 자민련이 'DJP합의문' 상의 총리추천권을 행사토록 하면서 공조복원을 꾀한다는 방침. 여권은 당장 여러 경로를 통해 JP와의 접촉을 시도했다.

이에 따라 자민련으로선 공조복원 여부에 대한 선택의 갈림길에 선 셈. JP가 응할 경우 '공동정부'가 복구되는 것이지만 거부한다면 최근 양당 간의 관계개선 기류가 다시 얼어붙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민련 지도부는 일단 후임총리 추천 거부입장을 분명히 했다. JP는 이날 오후 청구동 자택을 방문한 강창희(姜昌熙)사무총장에게 "후임총리를 추천할 위치에 있지도 않고 추천할 의사도 없다"고 밝혔다고 강총장은 전했다. 그러면서 강총장은 "혹여 추천한다면 우리당에선 이한동(李漢東)총재밖에 없는데 이총재는 당을 지켜야 할 분"이라고 강조했다.

자민련의 이같은 입장정리에 따라 여권의 공조복원 노력은 무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JP는 'DJP 회동'에 대해서도 여전히 "아직 때가 아니다"는 입장. 다만 JP측은 한광옥(韓光玉)대통령비서실장이 방문하는 데 대해선 "굳이 문전박대할 이유가 있느냐"며 여권이 자민련에 총리추천 의사를 타진하는 '성의 표시'마저 거절하지는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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