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회담]"김일성은 기자 숫자에 신경 안썼다"

  • 입력 2000년 5월 16일 19시 11분


“94년에 김일성(金日成)주석이 분명하게 80명이라는 숫자를 언급했기 때문에 남측 기자단수는 문제가 안됩니다. 북측과의 협상에서 김주석의 언급을 이용하세요.”

통일부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최근 이런 조언이 떴다. 띄운 사람은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한다는 최용환씨.

최씨는 남북 정상회담 얘기가 처음 나왔던 94년 7월에 당시 김주석이 “남측 기자단이 얼마든지 평양에 와도 좋다. 80명이면 어떻고 800명이면 어떠냐”고 말했다면서 북한이 지금도 절대적으로 생각하는 김 전 주석의 말을 북한과의 협상에서 활용하라고 조언한 것.

최씨는 남측이 실무접촉에서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북한측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게 답답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최씨는 “정상회담 제 4차 준비접촉이 있었던 8일 수업(북한정치론)시간에 김 전 주석의 이같은 언급을 놓고 토론까지 했다”고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들은 즉시 확인작업에 들어가 최씨의 말대로 ‘김일성 저작집’ 제 44권에서 김전주석의 그같은 언급을 찾을 수 있었다. 김전주석은 사망하기 이틀전인 94년 7월6일 생애 마지막 연설에서 “북남 최고위급회담(정상회담)과 관련한 실무적 문제들을 토의할 때 나는 해당 일꾼에게 전화를 걸어 남측 기자들을 80명이 아니라 800명을 데리고 와도 좋다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측과의 협상에서 이 대목을 강조할지 여부는 좀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어떻든 최씨의 조언에 감사드리며 남북문제에 대한 민간부문의 인식수준이 생각보다 높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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