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초재선 黨민주화 요청 미묘한 차이]자신만만―멈칫

  • 입력 2000년 5월 11일 19시 29분


최근 논의가 무성한 ‘당내 민주화’를 둘러싸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엇갈린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관심이다.

▼민주당

당내 민주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초 재선의원들과 ‘조직우선’을 강조하는 당 지도부가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초 재선의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김대통령은 10일 주례당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16대 국회에서는 현안에 대한 의원들의 목소리를 당내에서 적극 수렴하고 이를 위해 의원 정책토론회를 매주 개최하라”고 지시했다.

9일의 당선자 연수회에서 30, 40대 젊은 당선자들이 요구했던 ‘월 1회 의원총회 정례화’를 적극 수용한 셈.

김대통령의 이같은 지시에 대해 초 재선의원들은 당내 민주화 요구를 ‘정치의 민주화→정치개혁’으로 연결시키려는 구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장성민(張誠珉)당선자는 “김대통령이 이번 총선에서 ‘386세대’를 많이 공천한 데는 이들을 통해 정치개혁을 위한 초석을 놓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며 “김대통령의 지시는 앞으로 당 운영과 당론형성과정에서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당을 이끌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청와대측도 기회 있을 때마다 “정치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정치개혁에 대한 김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전하고 있으며, 여권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근본적인 변화를 바라는 김대통령의 뜻에 역행하는 사람은 앞으로 정치적 입지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여권 내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이 끝나면 당내 민주화와 정치개혁 문제에 대한 김대통령의 본격적인 ‘드라이브’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한나라당

초 재선의원들의 ‘당내 민주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민주당보다 작게 들린다. 한나라당 천안 연수원에서 9일 열린 16대 의원 연찬회에서의 당내 민주화 요구도 당초 기대보다 약했던 게 사실.

자유토론 시간이 40분으로 제한된 탓도 있었지만 당내 민주화를 요구한 초 재선의원은 안택수(安澤秀)의원과 오세훈(吳世勳) 정병국(鄭柄國) 윤경식(尹景湜)당선자 등 단 4명에 불과했다. 초 재선의원들 사이에서 “120여명에게 이렇게 짧은 토론 시간을 주는 법이 어디 있느냐” “분임토의도 없는 연찬회가 말이 되느냐”는 볼멘 소리가 나왔지만 정작 이회창(李會昌)총재 면전에서 직접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한나라당 신진들의 ‘총재 눈치보기’가 민주당보다 심한 데 대해 당내에서는 ‘뜨는 해와 지는 해의 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즉 민주당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차기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유력한 차기 주자인 이총재는 다르다는 것. 또 이른바 ‘개혁 공천’으로 이총재가 직접 낙점해 당선된 초선이 많은 만큼 총재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이총재 자신이 최근 “크로스 보팅은 당론이 없거나 크로스 보팅하기로 당론을 정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당론에 따라 투표하는 것은 정당 정치의 근본이다”고 못을 박은 것도 분위기를 식힌 중요요인이다.

이런 정황 때문에 한나라당 신진들의 당내 민주화 움직임은 일단 ‘자생력’이 약해 보인다. 하지만 정당 민주화를 요구하는 사회 전반의 대세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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