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재협상 3당 분위기]비난여론 틈새서 또 내몫찾기

  • 입력 2000년 1월 17일 20시 06분


개악(改惡) 논란을 빚고 있는 선거법 개정안이 여론의 따가운 비난을 받자 여야 3당은 17일 전면 백지화를 내세우며 재협상에 나섰다. 그러나 각 당은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는 외면하고 비난 여론의 틈새를 비집고 자기 몫을 조금이라도 더 챙기겠다며 또 다시 속보이는 태도를 드러내 “역시 구제불능의 집단”이라는 빈축을 샀다.

○…국민회의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은 이날 당무위원-지도위원 연석회의에서 “국민에게 얼굴을 들 수 없고 죄송할 뿐”이라며 재검토를 지시했고 박상천(朴相千)원내총무도 “여론의 합리적인 부분을 수용해 부분적인 재협상을 야당에 제의하겠다”고 밝혔다.

‘형식상’으로 협상 당사자가 아니었던 새천년민주당은 매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날 실행위원회에서는 지역구 의원 정수 축소, 국고보조금 상향 조정, 도농통합선거구 예외인정 등에서 정치개혁의 근본취지가 상실됐다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정동영(鄭東泳)의원은 “이번 선거법 개악으로 시민단체의 낙선운동 불길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것”이라고 했고 이재정(李在禎)총무위원장은 “이제 국민의 입장에서 개혁성을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

○…자민련도 이날 오전 이한동(李漢東)총재권한대행 주재로 간부회의를 열어 재협상 입장을 결정. 박철언(朴哲彦) 김종호(金宗鎬)부총재 등은 특히 의원 정수 축소 등의 원칙을 지킬 것을 주장. 그러면서 이들은 “1인2표제 등은 우리당엔 최악의 제도”라며 반대.

그러나 이택석(李澤錫)부총재는 “최대한 협상한 것인데 백지화는 어렵고 부산 해운대-기장의 분구 문제를 매듭짓고 끝내거나 기존대로 하는 것 중 하나가 아니겠느냐”고 현실론을 제기. 이긍규(李肯珪)원내총무는 “원점에서 재출발하라는 얘기인데 진작 좋은 생각을 주셨으면 좋았다는 생각”이라며 서운함을 토로.

○…한나라당은 이날 아침까지 부분적인 재협상 수준에 머물다 뒤늦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재협상 지시 사실이 알려지자 “그렇다면 국민의 뜻에 따른 협상 자세로 임하겠다”고 선회.

이날 총재단 및 주요 당직자 연석회의에서는 김대통령의 재협상 지시에 대해 “총선을 앞두고 신당에 반사이익을 챙겨 주기 위한 후안무치하고 비도덕적인 태도”라는 성토가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한 당직자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이중등록제 석패율제 등 1인2투표제 도입 문제부터 재검토하자는 것”이라며 야당에 불리한 조항부터 문제삼겠다는 ‘속내’를 노출.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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