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야당 千원장 해임촉구에 당황 전화로 해명통보

  • 입력 1999년 11월 3일 20시 21분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는 2일 오후 ‘이례적으로’ 국가정보원의 고위관계자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백승홍(白承弘)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천용택(千容宅)국정원장을 향해 ‘언론대책문건’ 사건 관련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소리친 직후였다.

이총무가 전한 통화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정원 고위관계자가 국민회의 이종찬부총재의 국정원 문서 유출에 대해 국정원이 양해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 이부총재가 천원장에게 그런 양해를 구할 상황이 아니었던 정황 설명도 곁들이더라.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천원장의 해임요구 등은 거론하지 말아달라’고 협조요청을 하더라.”

이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른바 ‘총풍(銃風)’‘국회 529호 사건’ 등으로 극심한 대립상을 보였던 한나라당과 국정원 사이에 ‘물밑거래’가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특히 이총무와 국정원은 도청의혹을 둘러싸고 맞고소전을 벌이고 있는 상태.

또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이 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기자로부터 받은 문건 중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입증할 만한 문건이 있다고 밝히면서도 정작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도 이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이총무는 “이제 국정원도 야당을 ‘파트너’로 생각해야 될 때가 온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야당에 대한 국정원의 태도가 다소 누그러진 것은 이전원장과 얽힌 고리를 끊고 국정원의 조직을 보호하려는 자구책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전원장과 천원장간의 알력도 작용한 듯하다”고 분석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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