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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8월 14일 01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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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제 도입문제는 조만간 소집될 것으로 예상되는 제207회 임시국회나 9월 정기국회에서 다시 논의할 예정이나 일단 여야가 이 사안에 대해 동상이몽(同床異夢)이란 점에서 향후 전망은 매우 불투명한 실정이다.
현재 여당은 야당측이 특별검사 임명절차나 수사범위 등에서 끝내 수용할 수 없는 주장을 할 경우 특검제 도입을 최대한 지연시킨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측도 야당대로 특검제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내년 16대 총선직전까지 이 문제를 끌고 가면서 계속 정치쟁점화할 가능성이 있어 향후 여야정쟁의 불씨로 계속 남을 전망이다.
여야 3당 원내총무들은 12일 밤까지만 해도 13일 본회의에서의 특검제법안 통과를 낙관했었다.그러나 13일 한나라당이 특별검사 임명권과 관련해 새로운 제안을 들고 나오면서 공기가 확 바뀌었다. 대한변협이 사건당 1명씩 특별검사 후보를 단수로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되 대통령에게 한번의 거부권을 주자는 게 한나라당측 제안의 골자.
한나라당은 또 특별검사의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이른바 ‘파생범죄’에 대해서도 수사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파생범죄에 대한 수사를 인정할 경우 김태정(金泰政)전검찰총장의 부인 연정희씨에 대한 로비의혹 수사에 국한되지 않고 자칫 ‘정권핵심부’까지 수사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 여당측의 걱정이었다.
여야는 농수축협 통합법안의 처리와 특검제 법안을 연계시켜 처리하는 방안도 물밑에서 논의했으나 결국 한나라당이 “‘뒷거래’를 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며 거부해 무산됐다.
국민회의측은 이같은 한나라당측의 ‘애매한’ 태도에 대해 “한나라당이 자신들의 입장을 번복하고 여당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내세우는 것으로 볼 때 내년 총선때까지 특검제 카드를 살리기 위해 고의적인 결렬전술을 쓰고 있다”고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아무튼 이부영(李富榮)총무 자신이 12일 밤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고 말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밤 사이에 뭔가 ‘변화’가 있었음을 감지케 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의 당내에서는 “특검제 불씨를 살리기 위해 너무 양보한 데 대해 당내 반발이 있었다” “협상의 세세한 내용을 잘 모르는 이총무가 너무 나간 것 같다”는 등 해석이 엇갈렸다.
실제 여당측 역시 한나라당이 채근하지 않는 상황에서 먼저 특검제법 제정을 굳이 서둘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여야의 이같은 이해관계가 협상 막판에 맞물리면서 ‘헌정사상 첫 특검제 도입’의 기대는 일단 물건너 가게 됐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