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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4월 13일 1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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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국민회의엔 사실상 당론이 없다. 자민련과의 정치개혁협상을 진두지휘하는 당중진들은 “적당한 시기에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해 협상의 물꼬를 틀 것”이라는 얘기를 흘리고 있다.임채정(林采正)국회정치개혁특위원장은 “3∼5인을 뽑는 중대선거구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청와대의 외곽브레인으로 알려진 H교수는 최근 비공식채널을 통해 김대통령에게 정당명부제를 가미한 대선거구제안을 건의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당내 호남출신의원들이 지역구가 통폐합되는 중대선거구제에 경계심을 표출하고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사정은 자민련도 마찬가지. 13일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다. 당소속 의원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소선거구제 지지 의원이 28명, 중대선거구제 지지 의원은 20명으로 엇갈렸다.
소선거구제는 충청권 의원들이, 중대선거구제는 전국구와 비(非)충청권 의원들이 선호했다. 또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에 대해선 32명이 반대하고 16명이 찬성했다. 과연 당론이 도출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마저 자아내는 대목이다.
한마디로 공동여당의 정치개혁협상 전략은 이처럼 선거구제를 중심으로 어지럽게 춤추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국민회의나 자민련의 정치개혁구상은 내각제 개헌합의 이행문제 및 합당론, 그리고 총선전략의 연장선상에서 논의돼 왔기 때문에 실체를 잡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국민회의가 연내 내각제 개헌을 연기하고 DJP공동정권의 ‘태생적 한계’에 따른 국정난맥상 타개책으로 ‘합당+중대선거구제’를 구상하다 최근 들어 ‘현 공동여당체제 유지+중대선거구제’로 선회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8월까지 내각제 논의 유보’에 합의한 9일 DJP회동에서 김종필(金鍾泌)총리와 자민련의 ‘합당불가론’을 거듭 확인한 청와대와 국민회의는 합당이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중대선거구제를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소선거구제 지지 의원들이 꼭 자기 이익에 집착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그런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 중대선거구제 검토의사를 피력했다.또 김정길(金正吉)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도 얼마전 김총리가 중대선거구제와 정당명부제를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그러나 내각제 담판의 향방, 지역별 계파별 의원들의 이해관계, 현 정권에 대한 국민지지도 변화와 그에 따른 총선전략 등 선거구제를 둘러싼 변수가 너무나 많은 것도 현실이다.
〈김창혁·송인수기자〉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