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癌 발언」파문 갈수록 확산…諸의원 유족「항의」

  • 입력 1999년 3월 13일 09시 01분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의 ‘DJ암’ 발언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이 급기야 고(故) 제정구(諸廷坵)의원 유족의 ‘항의성’ 호소를 불러일으켰다.

이총무의 발언 중 특히 문제된 내용은 “제의원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압박을 받아 속이 터져 DJ암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는 부분.

이에 대해 국민회의는 즉각 국가원수 모독이라며 강하게 반발, 논란이 증폭됐다.

이렇듯 시끄러운 정치권에 제의원의 미망인 신명자(申明子)씨는 12일 ‘고인의 뜻은 더 이상 정치에 있지 않습니다’란 제목의 편지를 보내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신씨가 팩스를 통해 국민회의 자민련 신한국당 등 3당대변인 앞으로 보낸 편지는 A4용지 1장 분량.

신씨는 이 편지에서 “오늘 아침 고인의 죽음을 놓고 다투는 기사를 보았다”며 “다가올 선거기간중 고인의 이름으로 다투는 대신 화해와 용서가 이뤄지고, 그리하여 고인이 평안한 가운데 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신씨는 또 “우리는 장례 이튿날 고인의 묘소 발치에서 보선 날짜가 잡혔다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며 “기다렸다는 듯이 발빠르게 진행되는 정치일정이야 도리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지만 정치영역에서 고인의 유품을 모두 수습한 만큼 더 이상 정치에 휘말리지 않게 해달라”고 애절하게 호소했다.

끝으로 신씨는 “다가올 21세기는 상생의 시대로 너를 죽여야 내가 사는 상극이 아니라 너와 나, 자연까지 포함한 우리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상생의 원리를 깨달을 때 우리의 미래는 희망이 있다”고 정치권에 충고도 했다.

그러나 이런 유족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설전은 이날도 계속됐다. 이총무는 “비감한 소회를 표시한 것이다. 제의원의 혼이 나를 통해 얘기한 것 같다”며 여권의 사과요구를 일축했다. 안택수(安澤秀)대변인도 “이총무의 발언은 어느 한구석도 잘못된 데가 없다”고 거들었다.

국민회의에서는 김옥두(金玉斗)의원이 “역대 정치인 중 가장 거짓말을 잘 하는 정치인”이라고 비난하는 등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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