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안맞는 與]「중대선거구제」흘리고…주워담고…

  • 입력 1999년 3월 8일 19시 37분


그동안 국민연금 확대실시 한일어업협정 실무협상 등 각종 정책과 현안처리에 있어 난맥상을 보였던 여권이 이번에는 선거구제 변경문제를 놓고 혼선을 빚고 있다.

김정길(金正吉)대통령정무수석은 7일 중대선거구제 검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은 8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방미결과를 보고한 뒤 “정부 여당의 원칙적 입장은 아직 소선구제와 정당명부제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김수석의 발언을 부인하고 나섰다.

박지원(朴智元)대통령공보수석도 “원론적인 말일 뿐 소선거구제 당론이 바뀐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선거구제를 다루는 국회정치개혁특위의 임채정(林采正)위원장은 아예 “선거구제는 다룬 적도 없고 구체적으로 다룰 계획도 아직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얘기들을 종합하면 김수석의 중대선거구제 발언은 단순한 개인의견 개진 또는 일과성 해프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 내각제정국의 변화를 노린 ‘고도의 전략’이 담겨있을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여권으로서는 자민련의 끈질긴 요구로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는 내각제 문제를 국회의원들의 최대관심사인 선거구제 문제로 돌파하려는 의도를 가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다 그동안 추진해온 정당명부제 도입 문제가 야당의 반대로 지지부진, 이를 돌파하기 위한 방안으로 선거구제를 등장시켰다는 설명이다. 즉 중대선거구제 선호 경향을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내 일부 의원들을 ‘자극’하기 위한 용도 등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 김정무수석이 그동안 줄곧 “선거구제는 다 장단점이 있고 여야 모두에 중대선거구제 분위기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 “여야가 합의되면 중대선거구제를 한다는 얘기”라고 방향을 잡아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중대선거구제 검토가 여권 내부의 혼선이 아니라 이같은 ‘다른 의도’를 가졌다 하더라도 문제제기 방식이 극히 부자연스러웠다는 지적이다.

국민회의의 한 당직자는 “당에서 자연스럽게 거론해야지 청와대에서 하면 될 일도 안된다”고 말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