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문회]출석안한 김현철씨등 4명 동행명령장

  • 입력 1999년 2월 5일 07시 32분


정태수(鄭泰守)전한보그룹총회장이 92년 대선 당시 김영삼(金泳三)민자당대통령후보에게 1백50억원을 제공했다고 시인해 정치권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그동안 김전대통령이 한보로부터 6백억원 이상의 대선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으나 그중 일부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전총회장은 4일 국회 IMF환란조사특위의 한보사건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92년 12월12일경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김전대통령에게 1백억원을 전달했느냐”는 국민회의 김원길(金元吉)의원의 신문에 “부인할 수는 없다”고 말해 사실상 시인했다.

정전총회장은 또 “대선 당시 김명윤(金命潤)민자당고문의 자택인 서울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를 수차례 찾아가 김영삼후보를 만나 50억원의 선거자금을 전달했느냐”는 질의에 대해서도 “확실치는 않으나 대충 그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당시 중앙당 재정위원으로서 민자당에도 50억원의 당비를 냈다”고 덧붙였으나 “김전대통령이 직접 요청했느냐”는 질문에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확실한 답변을 피했다.

그는 “97년 한보사건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야당총재와 신한국당 민주계 최모의원에게 돈 준 사실을 시인하면 아들을 살려주겠다고 했느냐”는 국민회의 천정배(千正培)의원의 질의에 고개를 끄덕여 사실상 시인했다.

한편 국민회의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김전대통령이 한보로부터 받은 대선자금이 환란의 도화선이 된 한보사태의 ‘몸통’이었음이 드러났다”며 “김전대통령은 청문회에 나와 국민앞에 이를 소상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자민련 이규양(李圭陽)부대변인도 한나라당과 김전대통령측에 정치자금의 전모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정전총회장 증언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한 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대선자금도 규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특위는 이날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김현철(金賢哲)씨와 홍인길(洪仁吉)전청와대총무수석 김기섭(金己燮)전안기부운영차장 박태중(朴泰重)전㈜심우대표 등 4명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 5일 오전9시 이를 집행키로 했다.

특위는 또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8일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오후 6시까지 기다린 뒤 9일 오전에 동행명령을 집행할지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이어 9∼11일 3일간은 강경식(姜慶植)전경제부총리 김인호(金仁浩)전청와대경제수석 이경식(李經植)전한국은행총재 등 3명을 다시 불러 대질신문 대신 집중신문을 벌이기로 했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