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野파괴 안한다」 발언 배경]대화 손짓

  • 입력 1999년 2월 4일 07시 58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3일 “무리한 야당파괴나 의원영입을 할 생각이 없다”며 ‘순리의 정치’를 강조한 것은 야당과의 대화의지를 거듭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총재가 지난달 31일 구미집회에서 여야총재회담의 전제로 야당파괴 등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 것에 대한 간접적인 응답으로 볼 수 있다.

김대통령의 발언은 “정국안정을 위해 동서화합형 정계개편을 추진하겠다”고 한 1일 발언과는 ‘틈’이 있다. 그러나 이 ‘틈’에서 김대통령의 진의를 헤아릴 수 있다.

김대통령의 3일 발언이 정계개편을 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 인위적인 야당파괴나 의원영입은 하지 않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야당의 내부요인에 의한 변화나 의원들의 자발적 입당은 어쩔 수 없지 않으냐는 뜻이 감춰져 있다.

오히려 최근 일련의 발언은 김대통령이 정계개편을 원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는 특히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김대통령은 이총재가 결국 이 제도를 받아들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 이총재도 내년 총선을 계기로 당내 장악력을 크게 확대하는 데 이 제도가 유용하다는 것을 곧 인식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이 이날 ‘순리의 정치’를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말했다. 그는 “총재회담이 성사되면이제도의도입문제가주의제중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해 물밑접촉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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