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與공세 내년 3월까지만 견디자』

  • 입력 1998년 12월 29일 19시 30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29일 총재특보단회의를 주재하면서 “일치단결해 내년 3월까지만 잘 넘기자”고 강조했다. ‘3월 위기설’을 돌파하면 야당으로서의 정체성 확립뿐만 아니라 총재자리도 안정될 것이라는 게 이총재의 기대다.

그렇다면 이총재가 3월 고비론을 제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총재의 한 측근은 “여권이 총풍 세풍사건에 이어 이총재를 흠집내기 위해 내년 3월 이전에 또다른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는데다 의원빼내기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권이 이총재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공세를 취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 국민회의가 내각제 개헌을 둘러싼 위기국면을 탈출하기 위해 의원빼내기와 대규모 정계개편을 시도할 가능성도 높다는 게 이총재측의 정국전망이다.

이총재는 이에 따라 대여(對與)공세 강화와 당내기반 안정화를 향후 정국운영의 2대 목표로 설정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대여공세를 위해 정부의 실정(失政)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진다는 전략이다. 이총재가 “항간에는 빅딜문제 때문에 나중에 경제청문회가 열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서 반도체 빅딜 백지화 주장 등 연일 빅딜정책을 맹공하는 것도 이같은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총재는 또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내각제 갈등을 이용, 공동여당의 틈새를 벌려 한나라당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상중이다.

한 당직자는 “이총재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영수회담을 갖고 한나라당 고사(枯死)작전이 계속될 경우 자민련 편을 들 수도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총재는 새해초 연두회견을 갖고 내각제 문제와 정계개편 가능성 등 정치현안에 관한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그러나 여권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데다 당내 비주류의 도전도 여전해 이총재가 구상대로 정국을 풀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비주류는 총풍 세풍수사가 마무리될 내년 2월경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주장하며 조기 전당대회 소집을 요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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