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인에 첫 초청장…이산가족 상봉목적

  • 입력 1998년 12월 2일 0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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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한 실향민이 순수한 이산가족 상봉을 목적으로 북한의 초청을 받아 개인 차원으로 입북, 반세기만에 헤어진 동생을 만나는 데 성공해 이산가족 상봉에 새로운 희망을 던져 주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은 85년 정부 주도 하에 고향방문단이 단체로 북한을 방문해 이뤄진 적은 있으나 남북 양측의 양해 아래 개인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성사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1일 “평안남도 강동군 출신의 실향민 L씨(68)가 북한으로부터 ‘이산가족 상봉’ 목적의 초청장을 받아 중국 베이징(北京)을 거쳐 9월10일 북한에 들어가 일주일여동안 북한에 머물면서 동생(64)을 만났다”고 밝혔다.

당국자는 L씨가 북한 아태평화위원회의 초청을 받아 방북했다고 전하고 북한측은 L씨가 동생을 만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초청장을 내주었으며 우리 정부도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이 개인차원 방북자에 대한 초청장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명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당국자는 밝혔다. 그동안 남한의 일부 실향민들이 경협이나 학술교류 등의 목적으로 북한에 들어가 비공식적으로 가족들과 만난 적은 있었으나 이산가족 상봉만을 위해 북한에 간 경우는 없었다. 그런 용도로는 북한이 초청장을 발급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L씨의 가족상봉이 성사된 데에는 서울의 모대학 교수인 그의 아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4월말 학술교류를 위해 북한을 방문했을 때 아태평화위 관계자들에게 강동군에 사는 삼촌의 주소를 전해 주고 부친과 삼촌과의 상봉을 주선해 달라고 부탁했다.

아태측의 주선으로 북한에 간 L씨는 평양에서 북한측 안내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유일한 혈육인 동생을 만났고 북측의 안내로 고향 부근도 둘러 본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L씨가 동생의 청력이 약해진 것을 걱정해 한국으로 돌아온 뒤 보청기를 사서 보내는 등 교류를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일부의 다른 관계자들은 “L씨 말고도 이산가족 상봉을 목적으로 방북을 추진 중인 개인들이 더 있다”고 말해 L씨와 같은 방식으로 북녘의 가족들을 만날 실향민들의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통일부는 L씨의 경우처럼 북한이 개인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에 유연한 태도를 보임에 따라 내년부터 본격적인 이산가족 상봉 및 교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 중이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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