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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1월 27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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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는 이번 협의회에서 그동안 양당간에 심각한 시각차를 드러냈던 대북(對北)정책과 ‘최장집(崔章集)교수논문 파문’ 등 이념 및 노선의 문제를 둘러싸고 난상토론이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른바 ‘햇볕정책’과 최교수문제에 대한 이견을 긴급조율하지 않고는 향후 국정운영과정에서 공동여당의 불협화음에 의한 정책혼선이 계속될 것으로 우려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회의가 열리자 양당 지도부는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이런 주제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나마 정치현안으로는 경제청문회가 유일했고 대부분의 시간은 교원정년단축과 교원노동조합허용문제 등 일반정책에 집중됐다.
경제청문회와 관련해서는 여야협상에 진척이 없을 경우 다음달 1일 여당단독으로 국정조사계획서를 의결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정책현안으로는 교원정년단축과 공정거래위계좌추적권부여에 대한 합의가 큰 성과였다. 교원정년단축문제는 차수명(車秀明)정책위의장 등 자민련측이 ‘99년 63세, 2000년 62세, 2001년 61세’라는 다소 완화된 안을 내놓았으나 김총리가 교육부의 손을 들어줘 눈길을 끌었다.
공정거래위에 대한 계좌추적권부여에 대해서도 그동안 반대입장을 밝혀왔던 자민련이 이날 회의에서 국민회의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방법으로 사실상 동의했다.
회의가 끝난 후 이완구(李完九)대변인은 “자민련도 한시적으로 3년간 공정거래위에 계좌추적권을 부여하는 데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며 “다만 공정거래위에 직접 권한을 부여하는 데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이나 곧 당내의견을 조율하게 될 것”이라며 당론변경을 시사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양당이 대북정책 등 핵심쟁점을 거론하지 않은 것은 공식석상에서 얼굴을 붉히며 논쟁을 벌여봤자 서로 득이 될 것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자민련이 얼마 전부터 국민회의와 대립되는 목소리를 가급적 낮추기로 한 것과도 맥락이 닿는다.
또 어차피 양당의 태생적 기반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이런 회의를 통한 논의가 적절한 해법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데에 공감한 결과로도 풀이된다.
이렇듯 이날 회의결과는 양당이 ‘공조균열’을 일단 미봉하기로 암묵적 합의를 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앞으로 갈등양상이 재연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