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총재회담]『보복사정 없다』『경제 적극협력』

  • 입력 1998년 11월 10일 19시 28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총재의 청와대 오찬회담은 10일 낮 12시반부터 오후 2시50분까지 2시간20분 동안 진행됐다.

회담이 끝난 직후 김대통령과 이총재는 박지원(朴智元)청와대공보수석비서관과 안상수(安商守)한나라당대변인을 불러 회담내용을 구술했다. 다음은 두 대변인이 전한 회담 내용을 재정리한 것이다

◇오찬전 환담

▼김대통령〓날씨가 많이 추워졌지요. 2,3일전 입동이 지났습니다.

▼이총재〓바람이 안불어서 괜찮네요. 단풍이 많이 떨어지는데 가을경치를 감상할 시간도 없으시지요.

▼김대통령〓이총재도 그러시지요.

▼이총재〓사실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김대통령〓설악산 내장산과 경북의 오지 단풍이 참 좋습니다. 외국에 가보면 역시 우리나라가 금수강산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이총재〓하와이에 가봤는데 우리 동해안이 훨씬 더 좋더군요.

◇오찬회담

[여야관계]

▼이총재〓우리 경제가 잘되기를 바라고 앞으로 협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특히 경제구조조정 등에 적극 협력하겠습니다. 실업대책은 국민의 피부에 와닿도록 하고 공공사업추진에 문제가 있는 바 야당도 협조하겠습니다. 실업대책도 잘 수행되도록 할 것이며 경제청문회는 정책개선이 목적이 되는 생산적 방향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또 무엇보다도 정치안정을 위해 여야 협력이 중요하고 서로 협력해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여야관계 정상화는 정국안정을 찾고 국정과 민생안정을 위해 절대 필요합니다. 그동안 극도의 대치상황으로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야당의원 빼가기에 의한 당적변경이 정국불안의 요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인위적 정계개편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김대통령〓나는 신정부 출범 후 1년간은 도와주도록 야당에 간곡히 부탁했으나 불행히도 잘 안돼 오늘날 이런 사태가 됐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강제적 인위적으로 의원을 빼낼 생각이 없고 앞으로 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동시에 야당도 그럴 필요가 없게 적극 협력해 주십시오.

[정치개혁 및 사정]

▼이총재〓정치개혁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사정은 공정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보복적 편파적 사정으로 비치는 것은 개혁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입니다. 개혁과 화합은 상반된 것이 아닙니다. 대화합의 정신으로 과거 캐기가 아닌 미래지향적인 큰정치를 해주기 바랍니다.

▼김대통령〓내가 당해서 쓰라린 체험이 있습니다. 보복적 편파적 사정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이런 것은 결코 하지 않는다고 다짐해 왔습니다.

이 점을 확실히 믿어도 됩니다. 다만 야당이 국정에 협력해 주십시오.

[판문점 총격요청사건]

▼이총재〓판문점 관련 사건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이 규명돼야 하고 사실이 왜곡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특히 강압수사로 사실이 왜곡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또 불법도청 고문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불행한 일입니다. 다시는 이런 의혹이 제기되지 않도록 경계해야겠지만 지금 제기된 의혹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고 제도개혁과 위반행위에 대한 책임추궁이 있어야 합니다.

▼김대통령〓고문이나 도청은 제 자신이 피해자이므로 절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것이 있다면 철저히 밝혀야 하고 불법감청이나 지나친 감청을 방지하기위해 여야가 협의해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 판문점 총격요청 사건에 관계된 세 사람은 이총재의 선거운동을 도운 주변 사람으로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이 있지만 이총재가 직접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총재〓대통령께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말씀하셨지만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회담후 평가

▼김대통령〓결론적으로 여야가 나라를 위해 힘을 합치기로 했습니다. 여야가 각자 할 일을 하면서 협력하기 위해 앞으로 자주 만나고 연락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 국민을 안정시키기 위해 새로운 정치문화를 이뤄가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제 야당도 정부 여당에 대해 도와줄 것은 도와주고 협조를 해 이총재 말씀대로 오늘 회담이 여야간 새로운 정치문화를 이룩하는 데 도움이 되기 바랍니다.

▼이총재〓김대통령 취임 9개월만에, 그리고 나의 야당총재 취임 3개월만에 영수회담을 갖게된 것은 단순한 만남이 아닙니다. 정치안정 국민안정 민생안정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매우 유익한 만남이었습니다.

〈임채청·최영훈기자〉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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