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稅風사과]수사팀 「배후규명」자신감

  • 입력 1998년 11월 4일 19시 00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으로부터 “총격요청사건과 국세청을 통한 대선자금 모금사건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수사하라”는 주문을 받은 검찰 수사팀은 의외로 담담한 표정이다.

수사와 직접 관계가 없는 일부 검찰간부들이 “대통령이 배후수사에 대해 굉장한 의심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며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일부는 자신감마저 내비치고 있다. 서울지검 간부는 “대통령이 진상규명을 ‘지시’한 것이 아니고 ‘요구’했다”며 “검찰은 이를 대통령 개인의 요구가 아니라 국민의 요구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총풍(銃風)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박순용(朴舜用)서울지검장은 4일 오전 수사검사들을 직접 불러 ‘격려’했다. 박검사장은 “대통령의 전체적인 취지는 칭찬과 격려였는데 이같은 부분이 거두절미되고 ‘진상규명 요구’만 언론에 보도돼 검사들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돼 다독거렸다”고 말했다.

박검사장은 “수사팀은 지난달 26일 중간수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수사를 계속해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사검사들은 1일 경기 과천에서 열린 검찰 체육대회에도 불참하겠다고 자발적으로 선언할 만큼 이 사건 배후수사에 매달려왔다.

입이 무겁기로 유명한 서울지검 이정수(李廷洙)1차장도 4일에는 “국민을 납득시키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기류로 볼 때 검찰은 총풍사건 배후 수사에 관한 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4일 검찰 고위간부가 “지금껏 거론되지 않은 결정적인 증거가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한 검찰 간부는 “검찰이 확보한 증거를 보면 누구라도 배후에 대해 납득할 수 있지만 이를 그대로 공개할 수 없는 것이 문제”라며 “검찰은 이 증거를 바탕으로 관련자들을 추궁해 완벽한 ‘작품’을 국민에게 내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풍(稅風)수사는 9월28일 중간수사결과 발표 이후 국세청 이석희(李碩熙)전차장의 압력을 받고 대선자금을 제공한 대기업을 3, 4개 더 밝혀낸 상황. 검찰은 이회성(李會晟)씨의 세풍 개입의혹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고리를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1일 배재욱(裵在昱)전청와대 사정비서관 구속을 계기로 세풍수사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배전비서관의 혐의가 단순한 개인비리라면 검찰이 그를 전격 구속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검 중수부 과장 출신인데다 문민정부 사정의 상징인 배전비서관을 구속했을 때는 세풍이나 총풍 개입이라는 ‘특별한’ 사연이 있을 거라는 얘기다.

〈이수형·조원표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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