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관광특구 만남의 場으로』…본사 金회장,北에 제안

  • 입력 1998년 10월 23일 19시 37분


동아일보 김병관(金炳琯)회장은 방북 3일째인 22일 오후 조선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 송호경(宋浩京)부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민간교류 및 협력증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평양시내 인민문화궁전에서 오후 6시40분부터 1시간 동안 열린 회담에서 김회장과 송부위원장은 남북관계의 개선과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민족의 이질화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 교류를 활성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양측이 긴밀히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회장은 회담에서 민간교류의 선도적인 역할을 언론이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 동아일보와 노동신문간의 제휴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회장은 또 금강산을 나진 선봉 자유무역지대와 같이 관광특구로 지정해 관광지와 남북이산가족의 만남의 장 등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송부위원장은 “주의 주장을 벗어나 민족 전체의 이념에 맞는 일을 하자는 취지에 적극 동감한다”며 “동아일보와 노력해 민족의 단합과 화합을 이루는데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적극적인 찬성의 뜻을 밝혔다.

이날 회담에는 동아일보측에서 회장개인고문 자격으로 방북에 동행한 동훈(董勳·전통일원차관)남북평화통일연구소장과 이현락(李顯樂)신문본부장이, 북측에서는 조정호(趙正浩)통일신보부사장과 전원상(全元相)민족문화보존협회서기장이 배석했다.

회담은 공식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덕담과 농담이 오가는 가운데 편안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송부위원장은 회담 첫머리에 “동아일보는 일제시대 이래 민족을 위해 뚜렷한 족적을 남긴 민족지”라며 “민족의 넋을 지켜온 동아일보를 창구로 해 교류를 확대해 나가겠으며 동아일보 대표단의 방북으로 튼튼한 교류협력의 길이 다져지기를 희망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회장은 이에 대해 “이번 방북을 계기로 동아일보가 남과 북의 갈등을 완화하고 이해와 협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하려 한다”고 방북취지를 거듭 설명했다.

김회장은 이어 “동아일보는 1920년 13개 도에서 모금을 해 민족의 표현기관으로 창간된 신문”이라고 소개한 뒤 “이같은 창간 정신을 계승, 남북의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회장은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지 않는 한 통일은 기대하기 어려우며 설령 통일이 된다 하더라도 원활한 국가 운영이 이뤄질 수 없다”며 “통일을 최종 목표로 두되 교류를 넓혀가면서 상호간의 오해를 불식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부위원장은 “교류와 협력은 민족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며 92년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에도 일치한다”며 “50년간의 분단에 따른 후유증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양측이 협력하면 분단의 비극을 사라지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부위원장은 이와 관련, “금강산은 군사분계선과 붙어 있는 최전선의 군사관할지역이지만 남측 동포들의 여망을 고려해 뱃길이라도 열어보자는 차원에서 현대그룹과 함께 관광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부위원장은 “이번 금강산 관광사업이 민족의 화해와 단합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남측 기업인 ㈜태창이 이미 원산∼온정리간의 철도 1백8㎞를 북한당국과 함께 복원한 점을 지적,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끊어진 철길과 단절된 도로를 연결하는 일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송부위원장은 그러나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며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책의 변화”라며 “24일부터 시작된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은 우리를 압박하기 위한 도발행위”라고 비난했다.

송부위원장은 아태평화위가 벌이는 각종 사업을 실질적으로 관장하는 책임자로 국내 언론사 관계자와 면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양=이동관·천광암기자>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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