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뭐했냐』金대통령 경제장관 질책

  • 입력 1998년 10월 21일 07시 16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또다시 장관들을 호되게 질책했다. 일본방문 직후인 12일 국무회의에서 전 내각의 반성과 노력을 촉구했던 김대통령은 20일 경제대책조정회의에서 “그동안 한 것이 무엇이냐”며 경제장관들의 무사안일을 강도높게 질책했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잇단 질타는 최근 공동여당인 자민련을 중심으로 재연되고 있는 내각제논의로 인해 이완 기미를 보이고 있는 국정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고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김대통령은 우선 방한 중인 미국 해외민간투자공사(OPIC) 투자사절단이 18일 전해 온 “미국은 모든 힘을 다해 한국을 돕겠다”는 취지의 빌 클린턴대통령 친서 내용을 소개하면서 “집권 후 우리는 많은 일을 했으나 주로 외국의 도움에 의한 것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경기회복과 수출증대를 위한 각종 정책의 성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뒤 “무역수지 흑자도 수입축소만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라고 개탄했다.

김대통령은 “왜 장관들은 현장에 나가지 않고 부하들의 보고만 듣고 있느냐” “중소기업에 대출실적이 부진한 은행에 대해서는 우대금리와 정부예금을 가지고도 조정할 수 있는데 왜 오히려 은행에 쩔쩔매고 있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전철환(全哲煥)한국은행총재가 “중소기업 대출이 부진한 은행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중소기업지원 저리자금의 60%를 회수했는데 앞으로는 100% 회수하겠다”고 보고했다.

김대통령은 경제장관들의 토론 후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것은 경기 실업 부정부패”라며 “특히 정부가 연말까지 실업대책에 최선을 다해야 내년에 어렵더라도 국민이 참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업예산의 집행이 정확히 되도록 관계기관이 철저히 감시하고 독려해야 한다”며 “현재 국무조정실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실업대책위를 총리가 직접 관장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관계장관들이 직접 정책방향과 집행상황을 알려주는 편지를 써서 가가호호 보내도록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김종필(金鍾泌)총리는 “제가 직접 나서 경기 실업 부정부패를 챙겨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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