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총격요청]野『검찰수사 의혹』與『진실호도 물타기』

  • 입력 1998년 10월 2일 18시 11분


“지난해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의 비선조직이 북한측에 판문점 총격을 요청했다”는 검찰수사 결과와 관련, 한나라당은 야당을 죽이기 위한 터무니없는 조작이라며 여러 가지 의문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여권은 진실을 호도하기 위한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라며 한나라당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사건조작여부▼

한나라당은 일개 청와대 행정관과 30대 기업가 등 ‘애송이들’이 주동이 돼 이런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 이들이 안기부의 엄청난 고문을 못이겨 허위진술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여권은 일개 청와대 행정관이라고 폄훼되는 사람을 어떻게 대통령후보가 바쁜 시간에 여러차례 만나 보고서를 받아보았는지 밝혀져야 하는 등 배후가 규명돼야 한다고 되받았다.

고문주장에 대해서도 안기부가 만약 고문에 의해 사건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면 안기부뿐만 아니라 현정부가 큰 타격을 받을 게 뻔한데 굳이 그렇게까지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비선조직여부▼

한나라당은 대북사업가인 한성기(韓成基)씨와 전청와대행정관 오정은(吳靜恩)씨 등이 이회창후보의 비선조직이라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며 이총재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당은 이총재와 동생인 회성(會晟)씨가 이들을 만났다는 사실 자체가 증거라고 반박했다.

특히 이총재가 1일 기자간담회에서 ‘오씨를 여러번 만나 보고서를 받았으며 오해받을 소지가 있어 그만 만났다’고 말한데 대해 “이총재는 도대체 무슨 오해인지 해명해야 하며 오씨로부터 받은 문건을 공개해야 한다”고 역공을 폈다.

또 회성씨가 한씨를 여러번 만나 민심동향 등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고 말한 것도 한씨의 선거조직 관여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제공여부▼

한나라당은 한씨가 지난해 대선 직전 중국방문시 회성씨를 만나 북한인사와의 접촉계획을 말한 뒤 5백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서도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일각에서는“공작에필요한돈을주었다면 5백만원만주었겠느냐”는얘기도나왔다.

여권은 한씨가 진로그룹 장진호(張震浩)회장으로부터 6천만∼7천만원을 받아 북풍공작 비용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굳이 회성씨로부터 많은 돈을 받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후수사여부▼

한나라당은 회성씨가 이번 사건의 배후라면 회성씨부터 조사했어야 하는데 증거가 없어 조사도 안한 채 편파 보복사정과 ‘서울역 테러사건’ 등을 호도하기 위해 이를 언론에 흘린 것이라고 공격했다.

공안당국은 회성씨가 지난달 12일 미국으로 출국해 25일경 귀국했으나 그때가 마침 이 사건 관련자들을 검찰에 송치할 때여서 조사할 기회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여권도 한나라당의 안기부 ‘언론플레이’주장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기 위한 억지쓰기라고 반박했다.

▼북한측 파트너▼

한나라당은 한씨 등이 접촉한 북한 대외경제위원회 및 아태평화위원회 참사라는 직책이 그같은 엄청난 공작을 수행할 만한 권한을 가졌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여권은 아태평화위원회의 경우 위원장이 노동당 대남담당비서인 김용순이며 그 아래 부위원장이 몇 명 있고 그 다음이 참사라는 직책이라며 참사도 그런 역할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외직함만 참사일 뿐 실제로는 더 실권이 있는 사람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기대·김정훈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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