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50년]10번째 개헌 어떻게 될까?

  • 입력 1998년 7월 15일 19시 45분


50년전 제정된 뒤 아홉차례의 손질을 거듭해온 우리 헌법은 열번째의 개정작업을 ‘예약’해 놓은 상태다.

현행 헌법은 87년 ‘6월항쟁’의 산고(産苦)를 거치면서 개정된 이후 10년 넘게 존속되고 있는 최장수 헌법. 그러나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지난해 대선에서 ‘15대 국회 임기내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어 국민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개헌예고제’가 시행된 셈이다.

이는 개헌가능성 측면에서 볼 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국정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현직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세부적인 개헌방법론을 이미 국민에게 제시했기 때문이다.

또 아직 국민적 합의까지는 아니지만 개헌추진에 대한 기본적인 공감대는 형성돼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헌정의 안정성이 유지되는 가운데 개헌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만으로도 개헌때마다 헌정중단이라는 쓰라린 경험을 했던 우리로서는 진일보한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기본여건이 곧 개헌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개헌은 집권세력의 의지, 정치권의 합의, 국민의 동의 등 3박자가 완비돼야만 가능하다.

현재로서는 이중 어느 하나 확실하게 검증된 것이 없다.

집권세력 중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국민회의가 과연 내년중 내각제개헌을 위해 발벗고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김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고 재적 국회의원 3분의2 이상이 이를 찬성한다 해도 국민투표에서 통과될 지도 미지수다.

내년에 접어들자마자 정치권에서 내각제개헌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심각한 경제위기로 개헌에 대한 부정론이 갈수록 확산되는 점만은 분명하다. 여기에다 심상치 않게 전개되는 남북관계 등도 장애물로 꼽힌다.

그러나 일단 개헌론이 점화되면 그 속성상 어떤 방향으로 진전될지 속단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전형(典型)을 벗어난 현 대통령제를 4년 중임제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견해가 대세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개헌과 관련한 또다른 변수는 이른바 ‘통일헌법’의 제정 대목이다. 정부는 통일부와 법무부 등을 중심으로 통일에 대비한 헌법초안을 마련중에 있다.

통일헌법은 2,3년내에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호전될 경우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지만 통일문제가 워낙 예측을 불허하는 사안인만큼 단기적인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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