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고건서울시장]『개혁통해 서비스市政 구현』

  • 입력 1998년 7월 15일 19시 23분


고건(高建)서울시장은 거의 매일 현장을 누비고 있다. 지하철과 도로 건설 공사장, 재개발 지구 등 안전사고 가능성이나 ‘민원’이 있는 곳은 어디든 간다. 취임이래 지하철출근도 해보고 매주 토요일에는 실직자 가정주부 등을 직접 만나는 ‘시민과의 데이트 시간’도 갖고 있다.

내무부 새마을담당관과 지방국장, 전남도지사,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교통부 농수산부 내무부 장관, 국회의원, 서울시장, 명지대 총장,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국무총리….‘행정의 달인’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도 한 이력이다. 그가 7년 반만에 민선시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그 큰 키를 낮추면서 ‘낮은 데’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현장을 살피고 있는 것이다.

14일 오후 시청3층 집무실에서 만난 고시장은 이날 상계2 택지 개발지구를 방문하고 돌아와 관계자들에게 업무보고를 받고 지시를 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7년여만에 서울시에 돌아와서 느낀 점과 개혁의 포인트라고 생각하는 점부터 말씀해 주시죠.

“외부 환경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는데 이에 대응하는 행정의 변화는 미흡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하드웨어는 바뀌었다고 보는데 소프트웨어 부문은 별로 발전이 없다, 개혁 마인드에 있어서 좀 부족하지 않은가, 그래서 직원들에게 개혁의 주체가 되느냐, 개혁의 대상이 되느냐는 스스로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대도시 경영이란 분야별로 최고의 전문성이 필요한 것이고, 서울시를 예로 들면 환경 교통문제 등은 웬만한 학자하고도 조금도 기울어지지 않고 토론하면서, 국내 최고라는 권위의식을 가질 정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데 그게 부족합니다. 개혁 마인드와 전문성이 앞으로 공직사회에서 가장 강조돼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시 자체의 구조조정, 다시 말해 거대한 공룡조직을 바꿔나가려면 원칙과 목표가 있어야 할텐데요.

“방대하고 방만한 조직을 ‘서비스 위주의 경영조직’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물론 이것을 스스로 할 수 있으면 좋지만 자기 살 도려내는게 어렵습니다. 그래서 전문가가 참여한 시정개혁위원회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개혁안을 도출토록 했습니다. 거기서 안이 나오면 뼈를 깎는 아픔을 감수하더라도 철저하게 단행하겠습니다. 기준은 무엇보다 ‘행정에도 경영 마인드와 경쟁 원리가 도입돼야 한다’는 겁니다. 민간이 더 잘하는 것은 민간에 넘겨야지 관이 붙잡고 있으면 안됩니다. 불가피하게 공기업이나 관이 할 것은 외부 전문경영인에게 맡겨 책임 경영체제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또 시민 서비스와 관련없는 순수 행정, 즉 기획관리 재무 총무 등은 대폭 축소해야죠. 최종목표는 현 조직의 30%를 잘라내는 것입니다. 그 30%에 민간으로 넘기는 것까지 포함되지만….”

―실업대책은 돈과 관계있는데 재원마련 등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중앙정부가 확보한 7조9천억원을 지방에서 다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도 마찬가지고요. 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하반기 공공근로사업 재원만큼의 사업거리를 서울시가 만들어야죠. 그러기 위해 1천만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앞당기는 등 생산적 공공근로사업을 많이 만들고 시정개혁 조직감축 인력감축에서 나오는 절감액을 실업대책에 투입하겠습니다.”

―물가대책도 절실한데….

“소비자보호단체 소비자보호원 서울시가 삼위일체로 협력해 소비자물가정보센터를 만들고 주기적으로 소비자 물가정보를 알릴 계획입니다. 이 물건은 어느 시장이 가장 싸다는 것을 알려주는거죠. 또 지금까지는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엄청나게 대규모로 투자해서 증설하는 식이었는데 이제는 똑같은 형태의 도매시장을 만들어서는 안되고 도매시장, 물류센터, 도(산지)가 직접 운영하는 직거래장터 등 다양한 유통시스템을 만들어 경쟁을 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교통난 해결에 대해서도 기대가 큽니다.

“비책이나 묘책같은 건 없습니다. 그저 정공법으로, 대중교통 우선정책으로 대응하겠습니다. 2기 지하철이 완공되면 지하철 기본 네트워크가 완성되는데 지하철 이용률을 극대화해야죠. 냉난방 환승 환기시설 개선을 통해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승용차보다 지하철타는 게 낫다고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겠습니다. 버스도 마찬가지로 지역순환 직행좌석 등 노선을 다양화하고 고급화하겠습니다. 이처럼 대중교통 우선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하면서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는 주행세 시행을 검토하겠습니다. 혼잡통행료징수는 극약처방이고 현재는 혼잡의 이전효과밖에 없습니다. 대중교통 서비스를 개선하고 수요관리 정책으로서 주행세를 시행하고 그러고도 안되면 극약처방으로 가야 할지 모르지요.”

―마시는 물 문제도 심각하지 않습니까.

“제일 역점을 두려고 합니다. 선거운동기간 중 인천 최기선(崔箕善), 경기 임창열(林昌烈)후보와 ‘팔당결의’를 하면서 협력체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물을 대는 쪽의 원인자 부담원칙만 고집해 왔는데 진작 고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혜자도 부담해야죠. 또 수돗물을 식품으로 생각해서 검사항목을 60개에서 70개로 늘리고 정수장을 철저히 관리해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공급하겠습니다. 배수지 급수능력이 현재 4.4시간인데 9시간으로 올려놓으면 물탱크와 단수가 필요없게 됩니다.”

―서울이 삭막한 도시라는 외국인들의 불만이 많습니다. 쾌적하고 문화적인 도시로 가꿀 방안은 무엇입니까.

“서울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천혜의 조건때문에 녹지조건이 좋은데 대부분이 외곽에, 벨트식으로 돼 있어 도심 녹지가 부족한 게 큰 문제입니다. 그래서 1천만 그루의 생명나무 심기운동을 하겠다는 겁니다. 보행환경을 잘 갖추어 걸을 수 있고, 또 걷고 싶은 거리를 조성하겠습니다.”

―서울시장에 당선된 이후 주변에서 ‘대권도전’ 격려가 많이 있을텐데요.

“(단호하게) 그런거 전혀 없습니다. 지금 서울시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전임 조순(趙淳)시장도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미국 정치인들은 ‘나는 거짓말 안한다. 내 입술을 믿으라’고 하는데 입술보다 앞으로 내 행동을 보십시오.”

―서울시를 복마전(伏魔殿)이라고 하는데 그게 요즘 한창 강조되고 있는 투명성과 관계가 있죠.

“지난번 제가 서울시장 재직시 제일 역점을 둔 게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당시 두가지를 해야겠다고 취임사에서 약속했는데 외부로부터 이권 청탁 압력받는 건 시장이 방파제로서 차단하겠다, 시장에게 다 미뤄라, 그대신 너희도 깨끗이 하라고 했습니다. 또 이권과 관련된 중요한 정책일수록 결정과정을 공개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리〓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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