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국민정서-경제 부작용사이 「司正」한계설정 고민

  • 입력 1998년 6월 21일 19시 20분


청와대 등 여권 관계자들이 ‘국가기강 확립’과 ‘사정’의 한계 설정에 고심하고 있다.

이들은 언론에도 이를 명확히 구분해달라고 주문한다. 국가기강 확립은 어디까지나 ‘총체적 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이 주목적인데 사정이라는 수단만 부각되면 사회분위기가 경색될 뿐만 아니라 개혁도 활기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문제가 복잡하다. 특히 기업인들에 대한 사정의 폭(幅)과 강도는 민감한 부분이다. 기업인 내사설에 대한 여권의 입장이 다소 오락가락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권의 고위관계자는 21일 “여권 내부에도 기업인 사정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고 시인했다. 지난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감정대로라면 회사는 망하게 하고 자신은 치부한 부실기업주를 엄단해야 한다는 의견과 기업활동 위축 등 무한(無限)사정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권 내에서도 엇갈린다는 것.

이 관계자는 외국회사와의 상담이 무르익었던 모 기업의 사례를 들었다. 10억달러 이상에 회사를 팔기로 하고 외국회계법인의 정밀실사까지 받았는데 막상 인수하겠다던 외국회사는 사정설이 명확히 해명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나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정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 측면이지만 한편 이같은 상황을 재계쪽에서 악용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여권은 정치적 부담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부실기업주들의 비리를 파헤치다 보면 정치자금, 특히 92년과 97년 대선자금 의혹이 다시 불거질 수 있고 그 경우 파장이 엉뚱하게 비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청구와 기아 비자금 수사과정에서도 대선자금 일부가 드러났다는 얘기가 정치권에 나돌고 있다.

공직자 사정도 ‘가능한 한 피를 흘리지 않고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게 여권의 솔직한 입장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사정의 폭과 강도는 현 정부가 의도하고 있는 개혁의 진도와 성과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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