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권비서실장 『反개혁장관 솎아내 國政분위기 一新』

  • 입력 1998년 5월 25일 20시 02분


여권은 6·4지방선거와 이에 이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방미(訪美)를 정국전환과 국정분위기 쇄신을 위한 돌파구로 삼으려 하고 있는 듯하다.

즉 방미의 경제적 외교적 성과를 토대로 취임 후 3개월여 동안의 시행착오를 바로잡고 개혁의 고삐를 한층 세게 당기려는 구상인 것같다.

김중권(金重權)청와대비서실장이 25일 기자간담회에서 개각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공직기강 확립을 강조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그는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공직기강 확립 대책을 논의한 뒤 김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은 지난달 중순 경부터 국정운영 기조의 변화를 심각하게 모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이 정계개편의 당위성을 거론하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린다. 여권은 정국주도력 확보를 위한 정계개편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구여권에 길들여진 공무원사회의 체질개선을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구상해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사정당국은 이미 상당수 비리공무원을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중 일부만 옷을 벗었을 뿐 대부분은 아직도 현직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청와대 등 여권핵심부는 공무원사회 일각의 냉소와 비협조가 개혁작업 차질의 주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개혁에 소극적인 장관들의 책임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그동안 청와대 등 여권핵심부의 국정장악력이 미흡했음을 자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방선거 후 정치일정은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김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22일 청남대에 내려가 25일 돌아왔다. 그는 이 기간에 미국방문과 이후의 정국구상에 몰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김실장과의 문답 요지.

―공직자 사정의 필요성을 느끼는가.

“기강확립은 언제든지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공직기강이 해이해지고 있다는 주변의 얘기를 듣고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열심히 일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인허가 해줄 것은 해줘야 하는데 상부의 눈치나 보고 있는 것이 문제다.”

―암행점검반을 가동한다는데….

“암행점검은 수시로 하는 것이다. 최근 관계관회의를 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

―사정기간은….

“사정에 기한을 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불법과 위법을 한 사람은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충격요법은 적절치 않다.”

―기초조사를 했다는 설이 있는데….

“검찰수사에서 위법사례가 드러난 것으로 알고 있다. 환란 및 종금사 PCS 인허가 등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공무원비리가 많이 드러났다고 한다. 몇 건이나 되고 몇 명이나 관련돼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발표를 하지 않았다.”

―발표유보는 지방선거 때문인가.

“관련이 있다. 선거에 영향을 줄까봐 발표를 하지 않았으나 선거 후 공개할 것이다.”

―공무원사회 무사안일풍조는 어떻게 시정할 것인가.

“장관 중에는 공무원들의 사기진작을 잘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무사안일은 장관의 책임이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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