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국민회의-한나라당 사무총장 대담]

  • 입력 1998년 5월 3일 19시 32분


국민회의 정균환-한나라당 서청눠 사무총장 대담

최근 한나라당 의원들의 잇단 탈당과 여권행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국민회의 정균환(鄭均桓),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사무총장을 초청해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두 총장은 ‘정계개편’을 둘러싸고 감정의 골이 깊게 파인 탓인지 인사말부터 가시돋친 설전을 벌였다.

▼서청원 한나라당 사무총장〓여권이 더이상 의원들을 빼가지 않겠지요.

▼정균환 국민회의 사무총장〓과거 여당(신한국당)이 빼갔던 사람들이 돌아오는 것 아닙니까.

▼서총장〓과거 여당시절 국민회의 사람들을 빼간 일이 없습니다.

▼정총장〓한나라당 의원들이 도저히 한나라당에서는 정치를 못하겠다며 스스로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절대로 인위적인 것이 아닙니다.

▼서총장〓‘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과 뭐가 다릅니까. 최소한의 도덕성조차 의심스럽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했으면 그러지 말아야지….

▼정총장〓아니, 오는 사람을 어떻게 막겠습니까. 한나라당 같으면 그러겠습니까.

▼서총장〓우리가 보기엔 그렇지 않습니다.

▼정총장〓따져봅시다. 원내과반수를 점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협조없이는 국정의 원활한 수행이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지난해 대선패배 이후 다수의석을 악용,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한나라당의 횡포가 국난극복의 최대 장애가 되고 있다는 국민의 원성이 드높습니다.

▼서총장〓(목소리를 높이며)무슨 소립니까. 우리당은 지금까지 일관되게 정경분리원칙을 지켜왔습니다. 노동관계법 정부조직법 추경예산안 등 현안과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에 있어 내용이나 과정에많은 문제점이 있었지만 대국적 견지에서 국회통과에 적극 협조해왔습니다.

▼정총장〓한나라당이 당리당략과 사리사략을 위해 추경예산안 총리인준 선거법 처리 등을 미루는 등 ‘막가파식 횡포’를 부려 오늘의 난국이 온 것 아닙니까. 그동안 한나라당에 협조를 요청하며 인내해 왔지만 더이상 기다릴 여유가 없습니다. 차선책인 정계개편을 통해서라도 정국안정을 이뤄야 합니다.

▼서총장〓정권출범 이후 계속된 정책혼선과 경제실패, 헌정유린, 특정지역 편중인사, 표적사정과 정치보복성 신공안통치 행태 등이 총체적으로 국가적 난국을 심화시킨 것입니다. 그런데도 여당은 모든 책임을 야당의 과반수의석 탓으로 떠넘기려 하고 있습니다.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생각하고 정치를 한다면 숫자의 다소는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정총장〓국가부도를 낸 사람이 막으려는 사람을 비난하는 꼴입니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0%가 인위적으로라도 정계개편을 하라고 한 것은 무엇 때문이겠습니까.

▼서총장〓의원빼가기는 정계개편이라는 용어로 대체될 수 없는 후안무치한 공작정치입니다. 정당공천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은 사람을 마구잡이로 빼간다면 국민의 뜻을 왜곡하고 정당정치의 기본틀을 깨뜨리는 것이며 헌정질서 자체를 유린하는 것입니다.

▼정총장〓무슨 얘깁니까. 한나라당의 과반수의석은 국민이 준 것이 아닙니다. 15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얻은 의석은 1백39석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개원 전에 13석을 빼가 과반수를 만든 것입니다. 따라서 최근 한나라당 의원들의 자발적 탈당은 총선민의를 반영한 ‘원상회복’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서총장〓탈당한 의원들은 최근까지 줄기차게 ‘DJP야합’을 명확히 반대해온 사람들입니다.그들의 정치이념이나 노선이 하루아침에 바뀌어 국민회의로 갔습니까.이는 정권획득에만 집착해 만들어진 공동정권이 태생적 한계로 국정조정이 불가능해지자 숫자탓을 하며 의원빼가기를 강행해 일어난 일입니다.

▼정총장〓국민회의와 자민련은 50년에 걸친 기득권세력의 권력독점과 무능을 마감하고 최초로 여야간 수평적인 정권교체를 이룩하기 위해 대연합을 했습니다. 지금 ‘국민의 정부’앞에 놓인 두가지 과제, 즉 경제회생과 민주발전을 달성하는 데도 대연합은 여전히 필수적입니다.

▼서총장〓속칭 ‘국민의 정부’에서 과거 군사정권의 공안통치수법이 다시 부활되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습니다. 야당을 겨냥해 느닷없이 북풍사건을 제기하는가 하면 환란(換亂)수사를 한다면서 개인비리를 파헤치는 표적사정이 등장했습니다. 이같은 공작정치는 결국 야당을 투쟁에 나서도록 만드는 것으로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 여야관계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정총장〓김영삼(金泳三)정권의 환란 및 대형 경제비리 문제에 대한 검찰수사는 정치권이 간여할 문제가 아니며 또한 간여한 바도 없습니다. 한나라당이 표적수사 운운하며 독단적으로 법사위를 소집, 수사중인 사건에 영향을 끼치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어 오히려 진실규명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됩니다.

▼서총장〓지금 바깥에서는 ‘유신말기로 돌아간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것을 아십니까.

▼정총장〓(화를 벌컥 내며)돈과 권력이 아닌 시민혁명으로 탄생한 정부가 출범한 지 2개월도 안됐는데 야당총장이 어떻게 그런 얘길 할 수 있습니까. 한나라당이 대통령을 고발조치한 것도 마찬가집니다. 옛날 같으면 대통령이 눈 한번 부릅뜨면 꼼짝을 못했는데 새 정부가 민주적이니까 너무 무르게 보는 것 아닙니까.

▼서총장〓새 정부가 처음부터 헌정질서를 유린하니까 문제 아닙니까.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인준문제도 그렇습니다. 이미 적법절차에 따라 표결을 완료했는데도 여권이 방해해 개표가 지연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정총장〓김대중(金大中)대통령―김종필총리 체제는 15대 대선 승리로 이미정당성을 인정 받았습니다. 한나라당이 찬성은 못할 망정 헌법과 국회법을 무시한채 투표를 진행해서야 되겠습니까. 기존의 투표를 무효화하고 의원 개개인의 자유의사가 존중되는 무기명 비밀투표방식에 의해 재투표해야 합니다.

▼서총장〓국회법에 따라 15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을 25일까지 끝내야 하는데여당이어떻게 나올지 관심입니다. 우리당은 원내 소수정파의 무리한 억지주장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할 것입니다.

▼정총장〓여야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후반기 원구성을 해야 하지만 단순히 의석비율만을 기초로 할 것이 아니고 여당에 국정의 주된 책임이 있음을 고려해야할 것입니다.

▼서총장〓‘6·4’지방선거에서 현 정권의 독선과 독주, 그리고 독식과 독단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정총장〓이번 지방선거는 지방화시대를 맞아 풀뿌리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킬 세력이 누구인지를 판가름하는 선거입니다. 또한 국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세력에 대한 심판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정리〓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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