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風」정치인 사법처리』…金대통령, 취임한달 간담회

  • 입력 1998년 3월 24일 20시 08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4일 북풍(北風)사건에 일부 정치인들의 연루사실이 드러날 경우 사법처리할 것인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죄질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취임 한달을 맞아 청와대에서 출입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단순히 국내정치 차원인지 북한과 내통한 것인지가 문제이기 때문에 진실을 알고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현재 북풍사건에 대한 안기부 조사와 검찰 수사의 초점이 북한과의 내통 여부이며 최소한 북한과 연계된 부분은 정치인이라도 사법처리의 대상이 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김대통령은 이어 “조사가 끝나면 결과를 국민에게 밝히고 여론을 참작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덧붙였다.

김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안기부가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이번 대선에서 북한 또는 남북관계를 이용해 야당후보를 낙선시키려는 공작”이라고 규정하고 안기부와 검찰 등 수사기관에 엄정한 진실규명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대통령은 북풍사건 수사의 마무리 시기에 대해 “되도록 빨리 끝내려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무슨 변화가 있다면 수사기관이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안기부는 자체조사결과 지난해 8월 오익제(吳益濟)씨 월북사건 후 안기부 전직 수뇌부와 한나라당 핵심인사들이 수차례에 걸쳐 공동대책회의를 했다는 내용의 내부문서를 찾아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기부는 또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안기부 간부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문건의 내용이 사실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안기부의 한 핵심관계자는 “조사과정에서 오씨의 월북경위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문점을 찾지 못했으나 사후 대처과정에서 한나라당과 밀접한 공조관계를 유지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안기부는 공동대책회의와 관련,박일룡(朴一龍)전1차장, 고성진전대공수사실장 등에 대해 이미 조사를 마쳤으며 금주중 조사결과를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안기부는 이와 함께 대선전 한나라당 정재문(鄭在文)의원과 북한 조평통 안병수(安炳洙)위원장대리의 면담을 주선한 재미교포 김양일씨가 구여권의 대북커넥션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보고 김씨에 대한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안기부는 특히 김씨가 구여권 고위인사 H씨의 소개로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핵심측근인 K씨와 만나 95년 베이징(北京)쌀회담과 96년 대북 밀가루 비밀지원 등에 관여해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앞서 여권은 23일 밤 청와대에서 청와대 국민회의 사정당국 고위관계자들이 참석한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북풍공작수사에 대한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중권(金重權)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는 청와대에서 김실장 문희상(文喜相)정무수석, 국민회의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 정동영(鄭東泳)대변인, 이종찬안기부장 등 여권수뇌부가 참석, 정치권에 대한 의도적인 수사확대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진상규명을 위한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북풍관련 극비문건에 등장하는 국민회의측 인사의 대북접촉의혹을 밝히기 위해 지난주 국회에 제출한 ‘북풍 및 언론조작 국정조사 요구서’와 별도로 ‘국민회의의 대북접촉 관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25일중 제출키로 했다.

〈임채청·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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