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씨 자해/급박해진 政局]新舊여권 갈등 폭발

입력 1998-03-22 19:53수정 2009-09-2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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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해(權寧海)전안기부장의 자해사건으로 심화된 정치권 신구세력의 대결양상은 50년만에 성사된 정권교체의 필연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구여권 세력은 ‘윤홍준(尹泓俊)기자회견사건’에서 보듯 그동안 선거 등 고비마다 정권유지를 위한 용공음해공작을 서슴지 않았다. 오랜 기간 기득권세력이 교체되지 않은데 따른 부작용이기도 하지만 구여권은 이를 통해 공동운명체로서의 결속력을 과시해왔다.

그러나 15대 대선에서의 정권교체는 이같은 권력구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강요했다. 신여권은 집권하자마자 그동안 쌓였던 구여권의 ‘적폐(積弊)’를 쓸어버리기 위한 개혁에 착수했고 북풍수사와 안기부개혁도 그 일환이었다.

하지만 안기부를 중심으로 한 구여권세력은 공작원들의 정보보고서를 조작 유출하는 수단을 동원하며 필사적 저항에 나섰다. 구여권의 중심축이었던 한나라당이 북풍공작 진상규명에 대해 내키지 않아 한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변화에 대한 구여권세력의 거부움직임이 노골화한 셈이다.

권전부장의 자해사건은 이런 상황들이 압축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여야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이런 사태의 ‘씨앗’을 깊게 심어놓았다. 선거과정에서 구여권은 각종 용공음해를 조장했고 당시 야당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위험한’ 수준의 활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양측의 대결양상은 감정대립 수준을 넘어 사활이 걸린 싸움으로 비화됐고 그 결과 대선이후의 갈등폭발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앞으로 신여권과 구여권은 북풍공작문제를 놓고 대선 못지 않은 일전을 벌일 전망이다.

◇여권

권전부장의 자해 소동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검찰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생긴 문제인 만큼 정치권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 또 그 배후에 한나라당이 있지 않느냐는 의혹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원내총무는 22일 “권전부장의 자해 기도가 놀라운 일이지만 이로 인해 정치권이 영향을 받아선 안된다”며 초연한 반응을 보였다.

윤호중(尹昊重)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적반하장격으로 나오는 것은 윤홍준기자회견이 권전부장의 소행이며 그 배후에 한나라당이 있음이 서서히 드러남에 따른 초점흐리기 전략”이라며 “북풍을 이용해 자신들의 전비를 다시 은폐하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여권의 이런 입장에는 어렵게 진정 국면에 들어간 정국을 자해소동으로 또다시 대결 국면으로 몰고가서는 안된다는 기대가 깔려 있다.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국회 본회의 정보위 법사위 소집과 권전부장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권 발동에 반대 입장을 보이는 것도 이때문이다.

자민련도 같은 처지. 진상은 규명해야 하나 검찰이 수사중인 마당에 정치권이 나서 좋을 게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북풍사건 특히 ‘이대성(李大成)파일’과 관련, 국정조사권을 발동해서라도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고 말겠다는 강경한 태도다. 이대성파일의 본질이 ‘수구세력의 저항의 일환으로 조작된 것’이 아니라 반드시 밝혀져야 하는 ‘집권여당 및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북한커넥션 의혹’이 담긴 문서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22일 긴급 주요당직자회의를 열고 ‘북풍 및 언론조작 진상조사위원회’를 ‘국민회의 대북커넥션 진상조사위’로 바꾼 것도 이같은 시각에서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국회 정보위를 소집, 이대성파일의 완전공개를 요구하는 한편 ‘의혹덮기’에 급급한 李종찬안기부장의 경질을 요구키로 했다.

한 당직자는 “여권이 진실규명을 뒤로 한 채 이슈를 분산시키고 왜곡하려 하는 한 ‘북풍사건’은 결코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측은 이와함께 여권에서 권전안기부장의 ‘자살기도사건’을 ‘자해를 통한 정치쇼’로 몰고가는 것도 진상을 호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이대성 파일’안에 김대통령과 여권인사 관련사항이 대부분인 것으로 드러나자 서둘러 ‘전안기부 책임론’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형근(鄭亨根)의원은 “권전부장이 검찰 출두전에 주변사람에게 ‘억울하고 분하다. 조작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최영묵·송인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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