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3당, 총리인준-추경예산 처리방식 이견 『팽팽』

  • 입력 1998년 3월 10일 19시 59분


《 김종필(金鍾泌·JP)총리 임명동의안과 추경예산안을 일괄처리할 것이냐, 아니면 분리처리할 것이냐가 정치권의 또다른 쟁점으로 부상했다. 국민회의는 정치권이 민생문제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며 연일 야당을 압박하고 있으나 한나라당은 ‘절대불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 사이에서 자민련이 고민하고 있다. ‘분리처리’를 하고 싶지만 그럴 경우 ‘JP용퇴론’이 고개를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 국민회의 『분리』

국민회의는 정경(政經)분리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10일 열린 간부간담회에서도 같은 원칙을 확인했다. 총리임명동의 등 정치현안과 추경예산 등의 경제현안을 나눠 경제현안부터 처리하고 정치현안은 나중에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간담회후 “국민은 민생현안을 정치적 볼모로 잡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야당을 공격했다.

국민회의의 논리는 ‘추경예산 심의 지연으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각종 예산 집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 구체적으로 △실업대책 △중소기업지원 △수출촉진 △부실채권정리 △농수산물유통시설건립 등을 집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원길(金元吉)정책위의장은 “추경예산안은 국제통화기금(IMF)프로그램의 주요한 한 축”이라며 대외신인도 문제와도 연결시켰다. 한화갑(韓和甲)원내총무대행도 “총리 임명동의도 중요하지만 ‘나라살리기’보다 중요하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국민회의는 그러나 “새정부가 예산을 다시 짜서 국회에 제출하라”는 한나라당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새로 예산안을 짜면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가 국회에 출석, 시정연설을 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또다시 총리서리체제에 대한 위헌공방이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인수기자〉

▼ 자민련 『글쎄』

자민련은 ‘정경(政經)분리’에 대한 당론결정을 미루고 있다. 나라사정을 보면 정경분리를 해야겠지만 김종필(金鍾泌·JP)총리서리의 ‘처지’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부총재단은 9일 구수회의를 갖고 정경분리가 자칫 ‘JP용퇴론’으로 확산될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정리했다. 국회가 열리면 서리체제 위헌논란이 도마에 올라 사태가 더욱 꼬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당직자는 또 “장관들은 국회에 출석하는데 JP만 홀로 총리실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 오면 JP용퇴론이 확산되고 만다”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따라서 당 지도부의 기류는 총리임명동의안과 추경예산안을 연계해 일괄타결하자는 입장쪽에 가깝다. 이와 함께 부총재단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직접 나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이 나서면 된다’는 해법에도 강온(强穩)입장이 엇갈린다. 김대통령이 과감하게 정계개편을 추진해야 한다는 강경론과 야당과의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온건론이 그것이다.

특히 온건론자들은 현실적으로 정계개편이 쉽지 않으므로 김대통령이 “정계개편을 하지 않을 것이며 야당의원의 입당도 받지 않겠다”는 카드를 제시하면 야당을 끌어안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철희기자〉

▼ 한나라당 『일괄』

한나라당 내에는 여권의 입장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추경예산안 등 경제현안만 분리처리할 수 없다는 강경론이 여전히 대세다. 여권이 2일의 김종필(金鍾泌)총리 임명동의안 투표를 저지한 것을 먼저 사과하고 위헌적인 총리서리체제를 종식시켜야 한다는 게 현재까지 당의 공식 입장이다.

특히 당내 초재선의원들은 “여권에서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 아니라 정치보복으로 나오고 있다”며 강경론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는 민생현안을 분리해 먼저 처리하자는 말조차 꺼내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상득(李相得)총무는 “추경예산안 처리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도 정말 고심하고 있다”면서도 “여권이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나서지 않으면 분리처리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당지도부나 중진의원들 사이에서는 여론의 향배에 촉각을 세우며 ‘U턴’의 시기를 저울질하는 움직임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국민회의와 자민련측이 분리처리에 이견을 드러내고 있어 적당한 명분만 주어지면 ‘정경분리’쪽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를 통해 끝없는 정쟁으로 경제살리기를 외면한다는 여론의 비난을 피해나가면서 DJP공조의 틈새를 공략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정경분리론자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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