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조순총재 『경선 수용』…단독출마 염두 둔듯

  • 입력 1998년 1월 16일 20시 13분


“팍타 순트 세르반다(Pacta Sunt Servanda), 즉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은 로마시대부터 내려온 대명제다.” 한나라당 조순(趙淳)총재는 16일 라틴어 법언(法諺)까지 인용하며 “신한국당과 민주당이 합당할 때의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총재는 이날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총재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심한 적이 없으며 총재경선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말한 뒤 그같은 단서를 달았다. 조총재는 “총재 경선에는 다른 후보가 참여할 수도 있다”면서도 “경선에서 경쟁자가 없으면 그것이 재신임이다. 재신임도 경선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말은 빙빙 돌렸지만 총재 경선은 하되 자신의 단독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이 정도 발언도 조총재로선 일종의 승부수다. 한나라당 계파보스들이 출마한다면 막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경선 의사를 밝힌 것은 그런 절차라도 밟지 않으면 도저히 당 총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가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14일 의원총회에서 지도부 사퇴 요구 등 수모를 당한 것이 결심을 앞당겼다는 후문이다. 이날 조총재 발언에 대해 이한동(李漢東)대표 김윤환(金潤煥)고문 김덕룡(金德龍)의원 이기택(李基澤)전민주당총재 등 이른바 당의 ‘실세’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체로 ‘합당 때의 약속을 깰만한 명분이 없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김윤환고문이 최근 총재 경선 참여를 시사하는 등 ‘복병’은 얼마든지 있다. 만일 당의 실세 중 한사람이라도 경선에 나선다면 다른 실세들도 줄줄이 출사표를 던질 것이 확실하다. 그 경우 대선패배의 상처를 겨우 수습한 한나라당은 또다시 경선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것이다. 그럴 경우 이회창(李會昌)명예총재의 ‘선택’도 관심이다. 이명예총재는 내주부터 지방 순회에 나서는 등 재기의욕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이명예총재는 “총재 경선에 나갈 생각이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예총재 진영에선 ‘총재 경선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강경파와 ‘당분간 조용히 지내면서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온건파가 갈리고 있다. 분명한 것은 당이 혼란스러워질수록 이명예총재의 컴백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신한국당과 민주당의 7대3 지분배분 원칙을 두고 옛 신한국당과 민주당 출신 사이에 힘겨루기가 벌어지는 등 당내 유동성이 커지고 있다. 이래저래 다음주에 열릴 의원총회가 불안한 한나라당의 앞길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 같다. 〈박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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