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대선/서울 투표 스케치]全-盧씨 씁쓸한 하루

  • 입력 1997년 12월 18일 21시 37분


○…지난 2월 망명해 8월 한국 국적을 취득한 전 북한 노동당 비서 황장엽(黃長燁)씨와 노동당 자료연구실 부실장 김덕홍(金德弘)씨는 18일 오전 6시반 주소지의 투표소에서 한국 국민으로서 첫 참정권을 행사. 이들은 사전에 투표절차를 익힌듯 어색함이 없이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한 뒤 투표함에 넣는 모습. 황씨는 『역사적인 대통령선거에 참여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신성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돼 커다란 긍지를 느낀다』면서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전국민이 단결해 조국 통일을 앞당기길 바란다』고 소감을 피력. ○…지난해 12월 일가족 16명과 함께 귀순한 김경호(金慶鎬·62)씨는 가족 11명과 함께 오전 9시20분경 서울 송파구 거여2동 거원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실시. 부인 최현실(崔賢實·58)씨는 『어젯밤 가족이 모여 어떤 후보가 국민에게 한 약속을 잘 지킬 수 있을지 의견을 나눴다』며 『북에서는 삼엄한 감시속에서 투표를 했는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투표를 하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유죄 확정판결로 투표권을 상실한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 대통령은 수감중인 안양교도소와 서울구치소에서 다른 기결수들과 마찬가지로 투표를 하지 못한 채 쓸쓸한 하루를 보냈다고 구치소 관계자가 전언. 이날은 임시 공휴일로 지정된 탓에 면회와 접견이 모두 금지되고 운동시간도 없어 전씨 등은 독방에서 독서와 사색으로 하루를 보냈다는 것. 미결수의 경우 이미 부재자 투표를 끝냈지만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기결수는 법에 따라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실정. ○…수감중인 두 전직 대통령의 가족도 한 표를 행사.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의 부인 이순자(李順子)씨는 이날 오전 10시20분경 서대문구 연희2동 사무소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선관위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한 뒤 투표. 이씨는 성탄절 사면설에 대해 『새정부가 들어서 사면된다면 좋겠다』라고 조심스레 언급.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부인 김옥숙(金玉淑)씨도 오후 1시경 동네주민 5,6명과 함께 연희1동사무소에서 투표를 하고 귀가. 최규하(崔圭夏)전대통령은 수행원 2명을 대동하고 오후 1시경 마포구 서교동 제5투표소인 서교감리교회에서 투표. ○…대검찰청 공안부는 18일 소속검사와 직원이 전원 출근한 가운데 전국 52개 지검 및 지청에 마련된 선거상황실을 통해 투표상황을 보고받으며 만일의 투개표 사고에 대비하는 모습.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과 이원성(李源性)대검차장은 이날 오전 대검청사 3층에 마련된 선거종합상황실을 방문, 근무중이던 직원들을 격려하고 막바지 선거사범 단속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공무원증 중 한 가지를 반드시 지참해야 투표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해 헛걸음을 하는 유권자도 상당수. 종로1가동 제5투표소인 교동초등학교에서는 장모씨(70·여)가 경로우대증만 갖고 투표를 하러 왔다가 경로우대증으로는 투표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주민등록증을 가지러 강서구 화곡동에 사는 딸 집으로 급하게 발길을 되돌리는 모습. 한 스님은 새벽 예불을 끝내자마자 승려증만 들고 종로구 삼청동 투표소에 나왔다 다시 사찰로 가서 주민등록증을 들고와 오전 7시경 투표. ○…생년월일이 77년 12월19일인 조성진(趙成晉·서울 종로구 홍지동)씨는 어머니 권혜자(權惠子·44)씨와 함께 상명초등학교에서 생애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 대입 준비생으로 생일이 하루만 늦었더라도 투표를 하지 못할 뻔했던 조씨는 『내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는다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설레는 모습. ○…서울 성북구 돈암동 성북성심병원은 구급차 2대를 동원, 거동이 불편한 입원환자 10여명을 투표소까지 후송하는 「참정권 서비스」를 제공. 병원측은 다리에 골절상을 입은 임석영(林錫濚·74)씨를 중랑구 망우동 투표소까지 실어 나르는 등 척추질환이나 내과질환 환자들을 각자의 주소지 투표소로 데려다 주었다. ○…지난달 19일 수학능력시험일에 고사장 위치 안내와 수험생 격려 방송을 내보냈던 서울지하철공사는 반드시 투표할 것을 권유하는 내용을 방송. 공사측은 『오늘은 15대 대통령선거일입니다. 투표마감시간은 오후 6시까지니 빠짐없이 투표하시기 바랍니다』는 내용의 방송을 수시로 내보내는 등 참정권 행사를 유도. 〈이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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