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DJ)총재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총재가 3일 「DJP합의문」에 공식 서명하고 김대중총재가 단일후보로 확정됨으로써 정권교체와 내각제개헌을 공동목표로 한 사상 첫 정당간 연합체제가 공식출범했다.
또 이날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총재 등 이른바 「반DJP」 「반 내각제」세력도 개헌 반대 대통령제 고수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나서 「DJP연대」와 「반DJP세력」간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됐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양당간 연대체제구축이 집권전략차원을 넘어 「지역갈등해소」와 「통합정치구현」으로 우리정치를 한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초유의 「정치실험」은 작용과 반작용이라는 역학구조상 이를 저지하려는 시도를 필연적으로 태동시켰다.
신한국당―민주당―국민신당(가칭)을 하나로 규합하려는 「반DJP연합」의 움직임은 「DJP연대」가 정권획득이라는 당면 목표달성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최대난관이다.
이에 따라 대선에서의 승부와 대선 후의 개헌 여부는 극한대립하는 이들 두 세력간의 파워게임이 어떻게 귀결되느냐에 따라 판가름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대선전 「반DJP연합」의 성공 여부는 매우 불투명하다.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민주당 조순(趙淳)총재, 국민신당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가 아직은 「동상이몽(同床異夢)」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비록 방법론은 다르지만 「내각제개헌반대」 「DJ집권반대」에는 의견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적절한 여건조성을 전제로 한묶음이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미 3자연합은 불가능하지만 민주당이 신한국당이나 국민신당 중 어느 한편으로 힘을 실어줄 듯한 분위기는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반DJP 총연합」이 안돼 표의 분산현상이 빚어져 「DJP연대」가 대선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그 이후 내각제개헌문제가 쉽사리 해결될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무엇보다 개헌선인 재적국회의원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나 이를 낙관할 수가 없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DJP」가 집권만 하게 되면 권력의 속성상 급속한 세력이동이 이뤄질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국정을 자신들이 책임지게 되는 내각제를 국회의원들이 선호한다는 사실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는다.
그러나 역으로 「DJP집권」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개헌불가」를 위한 연대에는 어렵지 않게 합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후보사퇴를 담보로 해야 하는 복잡한 대선전 「반DJP연합」보다는 그 추진과정이 훨씬 단순명료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욱이 이들 「반DJP세력」이 대선에서 패배한다 하더라도 「여소야대」 구도하에서의 야당프리미엄에 매력을 느낀다면 「DJP연합」의 개헌구상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또 「DJ가 과연 내각제개헌약속을 지킬 것인가」라는 끊이지 않는 의구심이 해소될 것인지도 관심사다.
JP와 추종세력이 이에 대한 분명한 확신을 갖지 못한다면 집권을 하더라도 DJ―JP간 대립과 갈등으로 국정의 대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또 결과적으로 99년말까지 개헌이 무산될 경우 DJ의 의지 여부와 무관하게 그 책임소재 등을 둘러싼 반목이 파국을 부를 소지도 없지 않다.
〈최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