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총장「DJ비자금 폭로경위」폭로]李총재『울고 싶어라』

  • 입력 1997년 10월 24일 20시 54분


『「DJ(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비자금」 자료를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줬다』는 강삼재(姜三載)신한국당사무총장의 발언이 비자금 파문을 새로운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강총장의 말대로라면 가뜩이나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놓여있는 이총재는 정치적으로 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엄청난 상처를 입게 된다. 겉으로는 목청 높여 「구태(舊態)청산」을 외치면서 뒤로는 구태의 전형인 「폭로전」을 주도했다면 그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또 자신은 사전에 몰랐던 것처럼 행동한 처신이나 「시민제보」에 의한 자료라고 주장한 것 등이 거짓말이었다는 점에서도 여론의 비난을 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총장의 얘기가 사실일 경우 비자금 파문은 그 내용의 진위 여부를 떠나 이총재에 대한 도덕성 공방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이총재는 강총장이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7일부터 한동안 강총장의 말과는 상반된 태도로 일관했다. 강총장은 『당일 새벽 서울 구기동의 이총재 자택에서 이총재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았다』고 말했으나 이총재는 강총장의 7일 폭로회견 직후 『아침에 강총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었다. 또 강총장은 『9일로 예정됐던 기업 비자금 의혹제기를 보류했으나 이총재가 채근해 10일 발표했다』고 했지만 이총재는 10일 오후까지도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23일 당 고위대책회의에서의 강총장 발언내용이 알려지자 이총재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강총장의 주장을 사실상 시인했다. 이총재측은 파문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별 효과가 없자 후유증을 걱정하며 강총장에게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일부 측근들은 『이총재가 TV토론 등을 통해 이미 자신이 비자금 의혹제기를 주도했음을 간접적으로 피력하지 않았느냐』고 해명했다.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자료가 이총재에게서 나왔다는 사실보다는 그 내용에 대한 수사 여부가 문제의 본질』이라며 『강총장도 총재가 밝히라고 했을 때 이에 동의했던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국민회의를 비롯한 야당은 이날부터 이총재를 격렬하게 비난하고 나섰으며 당내 비주류도 이를 이총재 고사(枯死)전략의 호재로 삼을 태세여서 이총재는 예기치 않았던 또 하나의 장애물을 만난 셈이다. 더구나 강총장이 비자금 의혹제기와 검찰의 수사유보 등 일련의 과정을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음모로 몰아가려는 이총재의 의도에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이총재는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최영묵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