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비자금 수사배경]「정치적 사건」에 「정치적 판단」

  • 입력 1997년 10월 19일 19시 55분


검찰이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 비자금의혹 고발사건의 수사를 대검찰청 중수부에 맡기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한 것은 「정치적 사건」에 대해 「정치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은 고발장이 접수된 이후 대검 중수부와 서울지검 특수부 가운데 수사주체를 어디로 할 것이냐를 놓고 고민을 거듭해왔다. 대검 중수부와 서울지검 특수부는 대외적으로는 수사기능을 갖춘 똑같은 검찰조직이다. 그러나 검찰 내부적으로는 성격과 기능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 서울지검 검사들 사이에서 김총재 비자금의혹에 대한 수사여부를 놓고 대검과 다른 의견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대검 중수부는 한마디로 검찰총장의 직할부대라고 할 수 있다. 실무상으로도 총장의 직접적인 지휘 통제를 받는다. 이 때문에 정치적으로 중대한 판단이 필요하거나 극도의 수사보안 유지가 필요한 사건은 대개 대검 중수부가 맡아왔다. 현정부 출범 이후 대검 중수부는 동화은행 비자금사건과 율곡비리 및 군인사 비리사건,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씨 비자금사건, 이형구(李炯九)노동부장관 및 이양호(李養鎬)국방부장관 비리사건, 한보 및 김현철(金賢哲)씨 비리사건 등을 수사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다나카(田中)총리를 구속한 것은 일본 최고 검찰청의 수사부가 아니라 도쿄(東京)지검 특수부였다』며 『김총재 사건은 정치적 사건의 비정치적 처리를 위해서라도 서울지검이 맡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김총재의 비자금의혹사건의 수사를 대검 중수부에 맡기기로 한 것은 검찰 내부와 외부의 복잡한 사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정치적 사건의 비정치적 처리를 위해서는 서울지검이 맡는 것이 타당하지만 서울지검에 맡길 경우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가 어렵고 수사기밀 유출로 검찰수뇌부가 원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결국 대검 중수부가 짐을 떠맡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수형·조원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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