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비자금說 2차폭로/국민회의 표정]『기가 막혀…』

  • 입력 1997년 10월 10일 20시 27분


국민회의는 신한국당이 10일 92년 대선 당시 김대중(金大中)후보에게 정치자금을 줬다는 기업명단과 액수까지 폭로하고 나서자 한마디로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다.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이날 오후 반박성명을 발표하면서 『이젠 국민들께서 도와주셔야만 이 추악한 폭로전을 종식시키고 나라를 수렁에서 건질 수 있다』고 호소한 대목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부산을 방문중인 김총재도 『야당을 하면서 경제인과 친지들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기업체가 있는지 이름도 모르는 기업들이 있다』며 어이없어 했다. 그렇지만 정치자금을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다만 동아건설로부터 62억5천만원짜리 당좌수표를 받고 풍성 동현건설 등 이름도 모르는 기업으로부터 대선자금을 받았다는 신한국당의 폭로는 「완벽하게 조작된 파렴치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김총재의 한 핵심측근은 『도대체 60억원이면 60억원이고 65억원이면 65억원이지 5천만원까지 붙여 「62억5천만원」짜리 당좌수표를 정치자금으로 제공한다는게 말이 되느냐』면서 『혹시 공사대금을 착각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한창이 93년5월말경 김총재의 차남인 홍업(弘業)씨에게 5억원을 제공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때는 김총재가 대선에서 패배, 영국에 가 있을 때인데 우리한테 무슨 힘이 있다고 5억원을 주겠느냐』고 일축했다. 그러나 국민회의는 사실관계에 대해 일일이 반박하지 않고 「신한국당이 나라와 경제가 망가지든 말든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정치음모가들의 무모한 불장난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는 것으로 반박을 대신했다. 정대변인은 신한국당의 폭로전에 거명된 쌍방울이 부도위기에 몰린 사실을 상기시키며 『이회창(李會昌)총재와 강삼재총장은 기업들까지 희생시키는 광란적 행동의 의미가 무엇인지나 알고 있느냐』고 되물었다. 야당도 기업보호를 위해 정치자금을 제공한 기업명단은 밝히지 않는데 집권여당이 오히려 명단을 공개, 나라와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원길(金元吉)정책위의장은 『신한국당의 주문은 결국 또 다시 기업인들을 줄줄이 불러들여 조사해 사법처리하라는 얘기 아니냐』면서 권력잡기를 위해서는 경제도 희생시킬 수 있다는 「권력광(權力狂)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국민회의는 이어 김총재의 대선자금을 문제삼으려면 먼저 92년 당시 김영삼(金泳三)후보의 대선자금과 97년 이회창경선후보의 경선자금을 먼저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김창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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