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일 총비서 시대]개혁개방-식량난 해결 최대과제

  • 입력 1997년 10월 8일 19시 52분


김정일총비서
김정일총비서
《북한의 김정일(金正日)이 오랫동안 비워두었던 당총비서에 공식 선출된다. 김일성(金日成)이 사망하기 오래전부터 이미 북한의 실권자는 김정일이었으며 그후 3년여 동안 실권자의 위상에 아무 변화가 없었다. 그만큼 후계 권력체제는 탄탄했으며 이번에 승계절차를 완료함으로써 「총비서 김정일시대」가 개막되는 것이다. 김정일 시대의 이모저모를 특집시리즈로 분석한다.》 북한 김정일의 노동당 총비서 승계는 공식적으로 김일성 시대를 마감하고 세습정권이 개막됐다는 뜻이다. 이는 북한이 지난 94년7월8일 김일성이 사망한 뒤 3년3개월간 계속된 비정상적인 국가운영 방식에서 탈피, 사회주의 체제의 핵인 당총비서가 비로소 그 얼굴을 내외에 드러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북한이 새로운 시기에 들어선다고 해서 수십년간 왜곡돼 온 정치체제가 발전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도 이제 명실공히 최고 지도자로서 북한의 장래를 책임지게 된 김정일의 능력이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항일 유격대 출신임을 내세워 권력을 창출했던 김일성과는 달리 이렇다할 자생적 권위를 갖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김일성의 카리스마는 군사무장 투쟁에서 나왔다. 오늘의 북한이 병영국가가 된 것도 여기에 연원이 있다. 대부분의 북한주민들이 그를 절대적인 지도자로 인정하는 것은 김일성 생존시부터 20여년간 치밀하게 이루어진 선전과 세뇌학습의 결과였다. 그리고 김정일의 지도자적 이미지중 대부분은 김일성으로부터 상속받은 것이다. 김정일이 이른바 「유훈(遺訓)통치」를 내세워 북한을 다스려 온 것이나 정권수립일인 지난달 9일부터 「주체(主體)연호」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 등은 그가 아직 김일성이란 외투를 필요로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김정일은 그동안 당총비서와 국가주석직을 비워둔 채 국방위원장과 군최고사령관의 직함만으로 통치해 오면서 공식활동의 상당 부분을 군부대 시찰에 할애했다. 군을 우대하고 이를 통치기반으로 삼기 위해 노력해 온 것이다. 김정일은 이와 함께 혁명1세대가 물러난 당 정 군의 요직을 자신의 측근들로 채우는데 주력해 왔다. 북한의 신진실세들은 그의 측근이다. 그러나 황장엽(黃長燁)씨 망명사건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북한 권력집단의 내구력과 결집력은 북한이 당면한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만큼 강하게 평가되지는 않는다. 김정일이 북한을 경제 식량난과 외교고립 등 총체적인 위기로부터 끌어 낼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전문가들은 김정일이 결국 개혁개방과 체제안정의 딜레마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일성의 유훈을 이어가면서 그와 차별되는 독자적인 통치노선을 정립해야 하는 것도 고민이다. 김정일이 풀어야 할 난제 중엔 대미외교와 대남전략이 큰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북한이 생존차원에서 절대적인 관계개선을 추구하고 있는 미국이 북한의 기대대로 「구세주」 역할을 해 줄 것인지가 불확실한 탓이다. 또 「철천지 원쑤 미제」에 대한 인식이 변한 마당에 유일한 「적」으로 여기고 있는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김정일에겐 어려운 선택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살기 위해선 변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김정일이 개혁개방과 대화쪽으로 유연하게 방향전환을 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역사가 북한의 몫으로 남겨 놓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