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괴로운 이회창대표…민주계 핵심인사들 『탈당』엄포

  • 입력 1997년 9월 23일 20시 12분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 갈수록 막힌 길만 만나는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대표의 한 핵심측근이 23일 토로한 탄식이다. 이대표가 겪고 있는 시련은 쉽게 정리하기조차 힘든 「다중고(多重苦)」다. 우선 30일 전당대회에서의 대표지명과 보수대연합 등을 둘러싼 당내 주류―비주류간, 주류내 계파간 갈등이 내홍(內訌) 단계로 치닫는 양상이다. 당내 최대의 후원자인 김윤환(金潤煥)고문마저 「이한동(李漢東)대표」지명방침에 반발, 전당대회 불참까지 검토하는 등 반기를 들고 나섰다. 서석재(徐錫宰)의원 등 민주계 핵심세력들은 전당대회 직후 탈당의사를 공공연히 밝히는가 하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탈당설도 무성하다. 초선의원들은 보수대연합 추진에 대해 쐐기를 박고 나선 반면 민정계 인사들은 여전히 보수대연합이 불가피하다고 목청을 높인다.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다. 이대표측이 대선전략의 핵심으로 생각하는 김대통령과의 「차별화」도 여의치 않다. 이미 정강정책상의 대통령중심제와 「역사바로세우기」 문구의 삭제는 물건너갔고 앞으로도 청와대와 민주계의 눈치를 보느라 차별화 전략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또 말단신경조직인 일선 지구당은 「돈가뭄」에 정상가동이 어려운 실정이다. 소속의원들부터 『도대체 대표가 선거를 치르려는 생각이 있느냐』며 「실탄」 지원부족에 대한 불만을 끊임없이 터뜨린다. 이같은 현상들의 근원적인 이유는 물론 이대표의 지지율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데 있다. 그러나 이대표의 정치적 지도력이 난마처럼 얽힌 당내 역학구도를 장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설득력있게 제기되는 분위기다. 〈최영묵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