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會昌(이회창)대표를 중심으로 한 신한국당의 대선캠프가 경선 뒤의 분열상과 「병역정국」의 좌절감을 벗어나기 위해 분발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21일 경선 이후 한달여 동안 병역면제 파문과 지지율 하락의 와중에서 거의 「고군분투(孤軍奮鬪)」하다시피 한 이대표를 사실상 팔짱끼고 지켜보던 당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요 며칠사이 『이대표 외의 대안이 없다』는 것을 다짐하기 위한 각종 의원 및 지구당위원장 모임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렸고 각 지구당별 모임도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홍보본부와 직능본부를 중심으로 대선기획단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음달초에는 전국적인 「구전(口傳)홍보단」도 발족된다.
이처럼 대선캠프가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은 우선 「이러다간 정말 야당이 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경선 당시 「반(反) 이대표」 쪽에 섰던 인천지역의 한 의원은 29일 『솔직히 말해 이대표라는 카드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대로 방치하다간 여권은 공멸한다』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같이 분위기가 달라지는 또 한가지 「동인(動因)」은 청와대의 태도변화다. 청와대는 지난 27일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 李仁濟(이인제)경기지사의 회동을 분기점으로 「이대표외 대안부재론」으로 입장을 정리한 듯하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해도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사석에서 『이대표 자신이 (후보사퇴의) 단안을 내려주면 좋겠다』라는 말을 했을 정도였다. 이에 대해 이대표측이 강력히 반발했고 결국 金光一(김광일)대통령정치특보와 河舜鳳(하순봉)대표비서실장이 적극 나서 조율을 한 결과 청와대측이 발벗고 나서서 이대표를 지원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게 된 것이다.
이대표가 28일 「정파를 뛰어넘는 대통합의 정치」를 주장한 것도 이같은 여권 내부의 기류 변화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대표의 주장은 그 자체의 실현 가능성보다는 「대내용」의 성격이 더 강하다고 보는 게 당안팎의 지배적 시각이다.
이대표 측근들은 이 발언이 나온 직후만해도 『야측과의 연대는 추진한 적도 없고 추진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으나 29일에는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는 이 발언이 내부결속 및 국면전환에 효과가 있다는 28일 저녁 측근회의의 결과다. 그러나 예전의 여당에 비하면 아직은 활기가 한참 뒤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지지율 반등(反騰) 조짐이 가시화되지 않는데다 여권의 조직신경을 되살릴 수 있는 결정적 관건인 「자금」 확보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박제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