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대사 망명]카이로 北대사관 「굳게 닫힌 철문」

  • 입력 1997년 8월 26일 19시 49분


25일 이후 카이로 시내 북쪽 자말렉 지역에 위치한 북한대사관 주변에는 수십명의 이집트 경찰이 출동, 건물 전체를 에워싼채 삼엄한 경비를 펼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취재진을 포함, 동양인의 경우 아예 접근이 봉쇄됐으며 다른 일반인들의 출입도 제한을 받고 있다. 북한대사관은 빌라 형태의 3층건물로 둘레에 담이 쳐져 있고 초소가 두군데나 있는 등 평소에도 경비가 엄한 지역. 이곳에 주재하는 북한외교관은 22명이나 돼 러시아 중국에 이어 북한의 해외공관으로는 세번째 규모. 북한이 이집트를 얼마나 중요시하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북한 공관원들은 대사관 맞은 편에 있는 아파트 형태의 건물에서 대사를 포함한 전체 직원 및 가족 50여명이 집단거주 하고 있다. 이곳 외교소식통은 장승길대사가 북한외교부 부부장을 역임했으나 직업외교관이라기보다는 권력핵심과 가까운 당출신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근무는 이집트가 처음인데다 통상 북한 대사들이 주재국 언어를 잘 구사하는 것과는 달리 아랍어는 물론 영어도 서툴러 항상 통역을 대동하고 다녔다는 사실이 그의 「출신배경」을 잘 설명한다는 것이다. 카이로 외교가에서는 북한대사관이 중동과 아프리카지역의 외교중심지 외에 외화벌이를 위한 밀수와 무기판매의 거점역할을 해왔으며 장대사가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집트대사관의 규모나 장대사의 위상, 또 그가 직업외교관 출신이 아니라는 점을 종합할 때 그가 주재국과의 외교가 아닌 보다 중요한 「다른 임무」를 수행했으리라는 추론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은 지금까지 아랍권에 약 3백70기의 미사일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집트를 비롯, 이란 시리아 등 중동지역 국가들이 북한으로부터 스커드B는 물론 스커드C 미사일 자재와 부품을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카이로 현지에서는 장대사의 망명으로 북한의 대(對)아프리카 및 중동외교가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동유럽이 무너진 뒤 아프리카 및 중동지역에 대한 외교와 무기수출의 중계거점으로 설정, 金正日(김정일)의 신임이 두터운 장대사를 내보냈던 것. 그러나 탈출 북한외교관 2건이 모두 아프리카에서 발생한데다 장대사까지 망명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또다른 북한외교관들의 연쇄망명 사태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까지 나돌고 있다. 〈카이로〓이진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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